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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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판 레이거노믹스

이근식 경실련 공동대표·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독선과 오만을 버려라, 인재를 고루 널리 써라, 조급함을 버려라, 대범하라, 국민에게 져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 등 모두 올바른 지적이다. 여기에 복지억제 정책을 성장과 복지의 병진 정책으로 바꾸라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부자들이 고용과 소비를 늘리는 덕분에 서민도 잘 살게 된다는 것을 경제학에서 ‘국물효과(trickle-down effect)’라고 부른다. 이는 재분배 정책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부의 집중을 옹호하기 위해 주로 쓰였다. 후진국에서 선성장·후분배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 그리고 성장촉진이란 명분으로 세금을 줄이고 복지지출을 축소하였던 19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이 효과를 강조했다. 국물효과의 원조도 애덤 스미스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책에서 딱 두 번 사용했는데, 한 번은 『국부론』에서 개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부를 증대시키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의 덕분이라 했고, 또 한 번은 『도덕감정론』에서 부자들이 노동자나 하인을 고용하고 사치재를 구입하는 덕분에 가난한 사람도 모두 생활물자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의 덕분이라고 했다. 후자가 정확히 국물효과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신의 손이고 구체적으로는 시장의 힘이었다. 국물효과란 시장경제의 발달로 빈곤이 해소됨을 말한다. 지난 200년의 자본주의 발달 덕분에 대부분 선진국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를 누리게 되었으나, 비중은 적지만 많은 사람이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공공복지 제도다.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다시 과거의 성장 제일주의로 회귀하고 복지지출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첫 번째로 내세운 747 공약(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대 경제 강국)이 성장 제일주의를...

발행일 2008.06.10.

칼럼
쇠고기 파동 韓ㆍ美 둘다 大失

김성훈(前 농림부장관, 상지대 총장)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눈앞의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더 큰 이익을 잃어버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지난 5월29일 미국의 막강한 로비단체인 축산육우협회(NCBA) 엔디 그로세타 회장은 협회 홈페이지에서 한미 쇠고기 위생조건 협상을 위대한 승리라고 한껏 추켜세웠다. 매년 한국에 약 100만마리에 해당하는 자국의 쇠고기 1조원어치를 수출할 수 있게 됐음을 자축하는 말이다. 그간 광우병의 99%가 발생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비롯해 곱창, 사골, 내장, 갈비, 소꼬리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팔아먹게 돼 자못 기대가 큰 듯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정부 여당과 일부 단체 등이 수십억의 광고비를 써가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럴수록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더욱 늘어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청계천 등지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벌써 20회를 훌쩍 넘겼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정상회담 직전까지 밀어붙인 쇠고기 협상은 결국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사례가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민들과 재미교포 및 유학생들이 매일 먹는, 광우병에 안전한 2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마저 한국에서 의심받고 배척받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30개월령 이상짜리와 위험물질(SRM)을 수출하려다 진짜 ‘값싸고 질 좋은’ 부위마저 의심받게 된 것이다. 소탐대실에선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당초 얼마 안 되는 축산농가만 염두에 두고 그 저항이 별거 아닐 걸로 여겼던 것 같다.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도 되지 않는다는 안이한 발상이 아마도 그래서 나온 듯싶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의 수혜 대상자로 생각했던 도시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전혀 뜻밖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너나 드세요”라는 구호가 함축하듯 먹는 문제는 확률로 따질 사안이 아닌 것이다....

발행일 2008.06.02.

칼럼
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 하나, 혹시 중요한 전화인가 싶어 받았더니 스팸전화다. 카드 사용 실적을 들먹이며 속사포처럼 새로운 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텔레마케터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상품을 놓치면 엄청나게 아까울 것 같은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이내 정신을 추스르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기분은 영 찜찜하다. 두울, 번호이동으로 통신사에 가입절차를 밟는다. 깨알같이 많은 내용이 적힌 약관이 제시되지만 꼼꼼히 읽어볼 여유가 없다. 영업사원이 설명하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해당 정보를 적고 표시해 놓은 곳에 사인하기 급하다. 얼핏 사인하는 란에 내 정보를 활용하는데 동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살피진 않는다. 어차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기도 하다.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을 상황이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회사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전화나 광고문자 그리고 광고메일, 지겹지만 수신거부도 쉽지 않다. 전화사기와 같이 보이스 피싱 범죄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얼마 전 개인정보의 유출, 노출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됐다. 옥션을 통해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엄청난 뉴스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LG텔레콤을 통한 실시간 정보유출에 이어 하나로텔레콤이 고객 600만 명의 개인정보 8500만 건을 전국 1000여 개 전화마케팅 업체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정보의 유출, 판매, 불법 사용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정보가 가장 많이 집적되어 있는 통신사들이 개인정보 유출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금융사기, 카드사기 등 온갖 전화사기, 각종 텔레마케팅, 스팸 메일 발송, 스팸 문자 발송 등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

발행일 2008.05.15.

칼럼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높은 분들만 드시라

[인터뷰]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의 분노... "협상안, 국회에서 폐기해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논란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한미 쇠고기 위생조건 안'에 대해 "국회가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총장은 2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 묵은 숙박료값을 톡톡히 치른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총장은 "미국도 캐나다가 30개월 넘은 쇠고기를 팔았다고 난리법석을 피운 적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영국에서 6개월 이상 살다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헌혈도 금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김 총장은 "광우병원체 프리온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부위는 하필이면 우리 민족이 가장 즐겨 먹는 요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부위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우리가 즐겨 먹는 갈비구이, 설렁탕, 곰탕, 갈비탕 등의 주원료인 소머리와 척수, 내장, 천엽, 곱창과 간, 척추와 사골, 갈비뼈, 꼬리뼈, 소의 피 등에서 광우병의 병원체인 변형단백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지구상에서 인간 광우병원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부위를 제일 많이 먹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민족"이라고 우려했다. 김 총장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입장을 이어받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는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일본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중국 등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30개월 미만 쇠고기', '위험 부위 제외' 등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한미 쇠고기 위생조건안'에 대한 국회의 폐기 혹은 수정보완 ▲쇠고기 유통과정의 투명화 ▲정부와 언론의 솔직한 실상공개 등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발행일 2008.04.30.

스토리
나의 버킷 리스트

버킷 리스트 : 광우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도 못하고 한반도 대운하에 뿌려지지 않기 세상이 하 수상하여 간만에 친구와 술을 한잔 하게 되었다. 친구는 최근 봤다는 ‘버킷 리스트’라는 영화 얘기를 끄집어냈다. 잭 니콜슨, 모간 프리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목록’이라고 한다. 같은 병실을 사용하게 된 두 주인공이 암으로 1년 정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버킷 리스트를 실행한다는 내용이란다. 그러면서 대뜸 “너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이냐?”라고 묻는다.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라는 틀에 박힌 답변을 하는 정도였다. 물론 생각 없다고 구박을 받기는 했지만 시간을 두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얼버무렸다. 친구는 자기의 버킷 리스트가 생겼다고 말한다. “나의 버킷 리스트는 미국산 소고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려 민간의료보험으로 병원에 입원도 못하고 죽은 다음, 화장되어 한반도 대운하에 뿌려지지 않는 것이야.” 잠시 멍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던 내용이 계속 맴돌아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삼았다는 것이다. 친구의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죽기 전에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희망의 버킷 리스트’가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절망의 버킷 리스트’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더욱 씁쓸한 것은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건 너의 버킷 리스트만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고 희망 없는 세상을 안주삼아 그렇게 술잔을 기울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활동하면서 요즘처럼 ‘평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요한 갈퉁은 평화의 개념을 소극적(negative) 평화와 적극적(positive) 평화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전자는 전쟁을 포함한 직접적 또는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후자는 간접적 또는 구조적 폭력 및 문화적 폭력까지 없는 상태를 규정...

발행일 2008.04.29.

칼럼
뉴타운발 부동산 광풍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 오마이뉴스 인터뷰 "아니 강북 뉴타운에 토지나 주택을 가진 사람은 (뉴타운이) 지정되는 순간 3배에서 5배, 개발이 되면 10배까지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돼 있었어요. 이것을 법으로 만들어 보장해줬는데, 투기꾼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그는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 최근 강북지역의 집값 폭등과 뉴타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김 본부장은 정곡을 파고들었다. 여야가 지난 2005년 도시재정비특별법, 이른바 '뉴타운법'을 만들어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개발이익이 나도록 해줬다는 것.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2006년부터 이들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강남의 투기전문세력이 각종 탈법을 통해 투기장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주장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미 서울 용산 등 강북 일부 지역 땅값은 3배 이상 폭등했고, 총선을 거치면서 강북 전체가 부동산 값 상승으로 들썩거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는 특히 "노무현정부 때 강남에 재건축으로 지정만 되면 3~5배까지 집값이 뛰었던 방식과 똑같은 것이 강북지역의 뉴타운 사업"이라며 "결국 강남 거품 만큼 강북에도 집값 거품을 일으키라는 것이고, 이번 총선 때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김 본부장과 1시간이 넘게 마주 앉았다. 그는 최근 뉴타운 논란을 둘러싼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식 공방,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가 가져올 앞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친형인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이 바보들아, 문제는 부동산이야'라는 제목으로 부동산 투기 해법을 다룬 책을 내놓기도 했었다. 2006년부터 이미 전문 투기꾼들은 강북에 몰려 우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북지역의 뉴타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물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05년 12월에 만들어진 도심재정...

발행일 2008.04.22.

칼럼
뉴타운, 혁신도시 그리고, 대운하

차진구  경실련 대운하감시단 사무국장  작년 대선을 앞두고 한 텔레비전 토론회 막바지에서 유권자의 자세와 선택기준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 교수는 “과거의 이념과 민주주의 같은 큰 담론에 따른 가치판단보다는 자신의 삶에 이익을 줄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후보자 선택기준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답변을 했다.  나는 기득권자 보다는 서민대중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후보자, 우리사회 발전을 이끌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막연하면서도 틀에 박힌 대답일 뿐이었다. 이런 게 유권자에게 먹혀들 리도, 구분해 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4개월 여 지난 작금에 그 교수의 말은 현실에 가까워졌다. 그 말에 대한 해석이 맞는 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도권의 유권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해 왔던 그 “실용”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벌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예산과 정책을 결정하고 감시하며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올바른 국가관이나 국가정책적 견해보다는 “내가 가진 땅 값을 올리는 능력”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번 18대 총선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유권자들은 “당신이 사는 지역의 땅 값을 올려 확실한 불로소득을 보장 하겠다”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졌다. 수년 전부터 각종 개발사업으로 땅 값 올리고, 민간투자사업으로 재벌특혜를 준다고 성명내고 폭로해온 경실련조차 미처 대응하지 못한 사이에 “뉴타운 지정과 건설” “경전철 조기건설” “특목고, 자사고 유치” “공원 녹지조성” 등으로 포장된 “땅 값 올리기 프로젝트”공약이 유권자들을 사로잡고 말았다.     지난 며칠 동안, ‘뉴타운’의 진실공방과 함께 ‘혁신도시’ 건설의 재검토니, 예정대로 추진이니, 계획수정 후 추진이라느니 하는 이명박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울고 웃는” 측은한 우리 유권자의 모습이 ‘9시뉴스’를 장식했다. 투자가 활성화되...

발행일 2008.04.21.

스토리
삼성특검, 깜짝쇼는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 특검팀이 어제(1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그룹 핵심 임원들을 수천억원대의 조세 포탈과 혐의로 불구속기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사 대상이었던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및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불법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한숨과 함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물론 특검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등 경영권 불법 승계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시를 통해 구조본의 치밀한 기획과 실행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성과를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특검팀은 수사대상으로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결국 수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은 막대한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하고 이것이 어떻게 쓰였느냐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6일 언론보도를 통해 삼성그룹 구조본에서 관리하던 1,300여개 차명계좌 중 일부 계좌에 삼성전자가 2004년 8월 130억원을 입금하여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고, 이로부터 나온 배당금은 전액 현금으로 인출되었음을 특검팀이 확인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차명계좌에는 어떠한 계열사의 돈도 입금된 적이 없으며, 모든 비자금이 상속재산이라는 삼성의 해명은 거짓임이 분명히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특검팀은 비자금이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는 삼성의 주장만을 인정하며 차명계좌에 있는 수조원대의 돈이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에 대해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애초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을 위한 차명계좌의 존재를 밝혔을 때 차명계좌 존재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을 뿐 아니라 김용철 변호사에게 명예훼손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말을 바꾸는 삼성의 주장을 근거로 비자금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특검팀의 수사결과가 과연 납득이 될 수 있겠습니까.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수사결과도 상식에 어긋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용철 ...

발행일 200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