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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칼럼] 전경련이 비판받는 이유

전경련이 비판받는 이유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kokh@ccej.or.kr       재벌그룹이 모두 포함되어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근래 여론의 도마에 계속 오르고 있다. 19대국회의 개원에 맞춰 전경련은 한국규제학회와 국회의원 발의 법률안에 대한 규제 모니터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국회의원 자녀들만 대상으로 여름캠프를 무료로 제공하여 아이들을 로비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우리 헌법 제 119조 제 2항의 경제민주화 관련조항의 폐지 공론화, 재벌 계열분리명령제의 위헌성을 제기하는 등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찬물을 끼얹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1961년 전경련의 모태인‘한국경제인협회’로 발족하였다. 현재는 재벌그룹의 430여개 계열사들이 회원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상공회의소, 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이하 중기협),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함께 5대 경제단체로 꼽히나, 다른 단체들과 달리 인사와 예산이 독립된 사단법인체로서 순수 민간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어 국가 주요 경제정책 입안에 대해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한다.       전경련이 이러한 목적과 위상에 맞게 올바르게 활동하고 있는지 현 시점에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과거 70~80년대 개발연대기에도 정치권력에 대한 재계의 정치자금 모집 또는 배분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등 정경유착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제규모와 조건 등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도 변화한 점을 고려하여 과연 전경련 또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전경련은 존재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경...

발행일 2012.08.09.

칼럼
[건강이야기] 포괄수가제는 시민들에게 이득인가, 손해인가?

  포괄수가제는 시민들에게 이득인가, 손해인가?   김철환 상임집행위원 인제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전국민보험이며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단일보험이다. 국민, 정부, 의료단체 등이 공동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합의체가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이다. 여기에는 정부 관료뿐만 아니라 의료공급자와 시민, 노동단체가 모두 참여한다. 만약 정부를 뺀 나머지 단체 파견 위원들이 함께 연대해서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면 정부의 의지와는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의료수가도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인 의료단체가 협상을 거쳐서 정하지만 협상이 깨지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가를 정할 수 있다. 법적, 제도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현재의 법이 있고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     ‘붕어빵 진료’ 과연 그럴까? 의료공급자, 특히 의사들은 이런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환경을 매우 못 마땅해 한다. 아직도 과거 자유롭게 진료하고 부르는 게 값이었던 시절을 얘기하는 의사도 있다.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보험제도를 경험이 있는 의사나 부족한 의사나 똑같은 값을 받는 제도, 그 값도 원가에 못 미치는 것을 받도록 정해놓은 제도, 붕어빵 진료, 사회주의 제도라고 폄하하면서 정부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내가 만난 많은 일반 시민들과 학자들 중 특히 미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를 매우 칭찬한다.   최근 언론 이슈 중에 하나가 올 7월부터 시행될 포괄수가제 시행과 관련된 논란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산부인과·안과·외과·이비인후과 의사회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실시에 반대해 ‘수술 거부’를 강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포괄수가제가 실시되는 7월 1일부터 산부인과 등 4개 과는 각각 상임이사회, 임시총회 등을 거쳐 ‘1주일 수술 거부’를 하...

발행일 2012.07.25.

칼럼
[문화산책] 내면의 방에 새로운 시놉시스를 제시하다 - 「자기만의 방」

 내면의 방에 새로운 시놉시스를 제시하다   이연희 국제팀 간사 yhlee@ccej.or.kr     ‘문학 속에는 사회가 녹아들어 있다.’ 문학 작품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구이다. 그만큼 하나의 문학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자기만의 방」은 20세기 영국의 여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가 수필집으로 작성한 작품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의견, 즉,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수필집 도입부에서부터 느껴지듯 작가는 그 시대의 여성의 고찰과 이를 통한 해결책을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그 당시 여성이 열등한 존재로 여겨졌던 이유를 우선 경제적 요인에서 찾는다. 당시 여성들은 집안에서 육아만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으므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또한, 자신이 번 돈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법률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상태로 빈곤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빈곤은 여성을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게 만들었으며 남성이 우월한 권력구조를 형성하게끔 했다. 또한, 그녀들의 빈곤함은 점차 자신들의 신체를 비롯하여 정신적, 지적 자유를 빼앗았다. 버지니아 울프는 당시 이런 상황의 여성들에게서 창작활동을 기대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시사하며, 자기만의 방과 돈이 그녀들을 해방시켜 줄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런던 출생으로 의식의 흐름 장르를 탄생시킨 작가이다.   저자가 언급한 「자기만의 방」에 대해 정의를 따로 내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독립된 자기만의 방이란 단순히 공간적인 의미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독립된 여성의 방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방은 주체의식을 나타내며 실체 의 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정신적인...

발행일 2012.07.25.

칼럼
[길 위에서] 행복한 ‘느림’ 방비엥(Vangviang)

행복한 ‘느림’ 방비엥(Vangviang)    김삼수 (사)경실련통일협회 부장 tongil@ccej.or.kr       아주 어릴 적, 집 마당에서 돼지를 잡는 일이 많았다. 큰 수레에 수레만큼이나 거대한 돼지를 꽁꽁 묶어서 멱을 따고 피를 받아내면 돼지는 큰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돼지의 멱통은 어찌나 거대한지 아주 오랫동안 울부짖다 생을 마감하곤 했다.   그 모습을 문틈으로 힐끗 쳐다보다 다시는 불쌍한 돼지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선, 친구 녀석들과 뒷동산에 올라 개울에서 첨벙거리고, 대나무 숲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다 집에 들어가면 돼지는 보이지 않고 맛있는 돼지고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가졌던 다짐은 사라지고 이내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바빴던 유년시절의 단면은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추억이라 여겼다.   잊고 살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곳, 마치 시간여행을 통해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간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라오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선사하기 때문에 좀처럼 흥분을 감출 수 없는 곳이다.   동쪽으로 베트남, 남쪽으로 캄보디아, 서쪽으로 태국, 북서쪽으로 미얀마, 북쪽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동남아 유일의 내륙국인 라오스는 다수를 차지하는 라오민족 외에 68개 소수 민족이 섞여 살고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내륙에 갇혀있어 주변국들에 비해 많은 것들이 부족하다 보니 UN가입국 중에서 최빈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라오스는 질곡 많은 현대사를 간직한 곳이다. 3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졌지만 늘 주변 국가들의 침략에 힘들어 했으며,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다.   라오스로의 여행은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다. 어느 날 친구의 여권에서 라오스 비자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그 비자가 너무도 멋져 보여서 내 여권에도 꼭 라오스 비자를 받아보리라 다짐했었다. 2008년 9월 1일부터 15...

발행일 2012.07.25.

칼럼
[연극으로 읽는 고전] 오이디푸스보다 더 강렬하고 거대한… 연극 & 영화

  오이디푸스보다 더 강렬하고 거대한… 연극 & 영화 <그을린 사랑>   김상혁 정치입법팀 간사  noeul@ccej.or.kr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할 저주받은 운명의 오이디푸스. 운명을 피해가는 노력들은 결국 신의 저주대로 이행된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여 두 아들, 두 딸을 낳아 행복해 보이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없앤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신이 내린 저주가 있다면 현 시대에는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저주가 있다. 연극 의 극적 상황이 이 저주를 관통하고 있다. 이 작품은 레바논 내전 당시의 실화에 작가가 경험한 레바논 사람들의 현실을 더해 희곡으로 쓴 것이다. 이번 작품은 고전은 아니지만, 오이디푸스를 생각하며 글을 읽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필자가 이 작품을 오이디푸스보다 더 강렬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조금은 먼나라 레바논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도사리고 있는 전쟁이라는 현실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원작의 힘이 너무나 강해 영화로 제작될 당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영화는 원작이 가진 상징성과 그 안의 메시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서사적인 내용만 가져왔을 뿐 영화의 강렬함은 턱없이 부족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대략적인 내용을 조금 공개하자면 이렇다. ‘나왈’이라는 한 여인이 죽음으로 시작된다. 나왈은 죽기 전인 5년 전부터 유서를 쓰고 그 때부터 침묵한다. 유서는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몽’에게 전해지는데, 잔느에게는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아버지를 찾으라 하고 시몽에게는 존재자체도 몰랐던 형을 찾으라고 쓰여있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묘비에 이름을 남기라는 것이다. 공증인을 통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이유서를 시몽은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잔느는 어머니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렇게 나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발행일 2012.07.25.

스토리
목포경실련의 영원한 '서포터즈' 박종두 공동대표 인터뷰

"풀뿌리시민운동 위한 생활밀착형 의제 발굴해야" 목포경실련의 영원한 '서포터즈' 박종두 공동대표 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서울에서 보면 남쪽 끝에 위치한 항구지만 목포는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점이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서해 항로의 거점이다. 대륙으로, 또 바다로 뻗어나가는데 있어 목포가 지리적 요충지임에 틀림이 없다. 경실련에 있어 목포는 지역경실련 운동의 새 장을 연 곳이다. 중앙 사무국 상근활동가였던 김종익 사무처장이 고향으로 돌아가 풀뿌리시민운동의 땅을 다지고, 가꾸어서 12년이 지난 지금 전남네트워킹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목포경실련의 처음부터 비와 거름을 제공해준 박종두 교수(목포대 행정학과)는 초대 목포경실련 대표이자, 현재는 경실련의 공동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남도 특유의 풍류와 여유를 간직한 박종두 공동대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경실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99년 가을로 기억하는데, 청년 하나가 찾아와 지역 시민운동을 한번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때는 30대 후반의 청년이었는데, 그 사람이 이제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김종익 처장이에요.(웃음) 당시 시민운동에 워낙 관심이 많았었기에 주위사람들과 함께 조직하기 시작했는데, 같이 하자던 사람들이 대표직을 사양하는 바람에 집행위원장과 대표를 함께 맡게 되었어요. 그렇게 90년 6월 29일에 목포경실련이 출범하게 된 것이죠.   Q. 경실련이 추구하는 여러 가치 중에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개인생활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집단에서 볼 때 사회정의의 95%는 경제정의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사회로 어떻게 갈 수 있느냐를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고요.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가운데서 공정한 배분을 도모하게 되고 거기서 사회복지도 나오는 것이죠. 우선가치는 경제적 공정성으로, 시민사회단체는 어떠한 방법으로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

발행일 2012.07.25.

칼럼
[스포츠 이야기] 월드컵 한 경기 중계권이면 한남동 고급빌라도 산다?!

      월드컵 한 경기 중계권이면 한남동 고급빌라도 산다?! 천정부지 치솟는 중계권료, 한 경기당 30억이 드는 현실   박지호 시민권익센터 간사 jhpark@ccej.or.kr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문제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을 하며 이번 호 스포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2012년 6월 19일 KBO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유보했다. 롯데, 삼성, 한화 등 기존 구단 사장단 덕분에, 내년부터 아니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당장 올스타전, WBC 보이콧 등 강경대응을 하고 있으니 올해부터 프로야구는 파행을 거듭할 것 같은 예상이 든다. 스포츠계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풍토가 우선시 되고 있는 듯 보여 씁쓸할 뿐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유보 결정만큼이나 필자를 분노케 한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바로 지상파 3사와 월드스포츠그룹(이하 WSG)의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권료 협상 결렬 문제이다. 시작은 이렇다. 2012년 6월 7일 축구팬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뉴스가 날아든다. 지상파 3사 스포츠 국장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들은 WSG의 무리한 중계권료 요구 때문에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의 TV중계가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즉, 공중파 TV에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시아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마케팅 대행사인 WSG와 협상해야한다. 예전에는 자국의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진행됐지만 아시아 축구 전반의 공동 발전을 위해 아시아축구연맹이 WSG를 설립해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2014년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와 관련해 이들은 무리한 요구를 했다. 최종예선을 포함 4년간 20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으로 5,200만 달러(약 609억원)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 협상단에서는 1,7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제시하였으니, 차이가 3배 이상...

발행일 2012.07.25.

칼럼
[김성훈 칼럼]나이 거꾸로 먹는 70객 정치인들에게 농민들 고통 쯤은…

날씨가 하도 덥고 찌는 듯하여 영혼(정신)과 육체가 따로 논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고 정신 나간 헛소리가 자주 나온다. 정권 말기에 들어 정신 나간 소리, 유체이탈의 화법이 성행하고 있다. 농업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중경광역시의 모종산이라는 곳에 800년이나 된 자연석 석각(石刻)공원이 있다. 돌 조각 수효를 모두 헤아리며 돌아보려면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 그 중 한 어미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석각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 아래 새겨진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의 경구가 예사롭지 않다. 이르되, "부은자 다(負恩者 多), 지은자 소(知恩者 小)", 풀이하면 "은혜를 입은 사람은 많으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적다"라는 뜻이다. 이 글귀를 읽으며 조각을 우러러보는 관람객들은 새삼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숙연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 지난 4월 30일 상하이 서교빈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우리나라,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돌아볼 때 해방(광복) 이후 오늘까지 농업, 농촌, 농민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 정도의 발전과 부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재물과 탐욕으로 눈이 어두운 물신(物神)주의자라 하더라도 이 땅의 산과 들과 내(川)와 강 그리고 호수와 바다 갯벌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러한 자연장관과 정주 휴식 공간, 공기와 생명수를 즐길 수 있었을까. 대자연과 농림업에 대하여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한한 은혜와 신세를 졌음에도 감사하기는커녕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내리치는 세태와 배은망덕의 정점에는 토건(土木建設) 세력이 있고 CEO 리더쉽이 있다. 이제는 복구는커녕 지탱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 나라의 농업 농촌과 산하를 황폐화 시키고 환경 생태계를 파괴하였다. 돈(物神)밖에 모르는 토건족들이 '녹색성장'이라는 딱지를 덕지덕지 4대강 언저리에 발라 놓아, 농토를 떠난 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아스팔트 농사(데모)나 지을 판이다. 토목건설과 FTA에 올인한 오직...

발행일 201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