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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읽는 고전] 한계에서, 변방에서 새로운 색깔이 창조된다

[연극으로 읽는 고전] 한계에서, 변방에서 새로운 색깔이 창조된다 셰익스피어 作 & 극단 여행자 <십이야> 김상혁 정치입법팀 간사  noeul@ccej.or.kr 셰익스피어의 극본은 시적인 언어 자체에 음율과 감각이 살아있다. 때문에 번역가들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그 맛이 원서 그대로 살아있기 힘들고 어딘가 어색할 때가 있다. 헌데 <십이야>는 오래된 번역본이어도 상황의 구성이나 극중 인물들의 대사가 너무나 재미있다. 대본을 읽다보면 무대로 옮겨질 상상으로도 웃음이 나니 말이다. ‘십이야’란 제목은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 동안 축제기간을 갖는 영국의 풍습에서 12일째 되는 날을 일컫는 데서 비롯됐다. 이 날 이탈리아 공작을 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추측이 된다고 하니 한마디로 극의 내용을 담은 의미가 아니라 기념일 자체를 뜻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 다른 느낌    <한 여름밤의 꿈>이 요정에 의해 남녀의 사랑이 뒤죽박죽 됐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십이 야>는 이 보다는 더 현실적이다. 엄청 닮은 남매 쌍둥이가 일리리아 해안에서 난파되어 갈라진다. 오빠의 생사를 모르는 여동생 바이올라는 남자로 변장해 덕망 높은 오시노 공작의 하인으로 들어간다. 오시노 공작은 그 지역의 백작 딸 올리비아를 연모하나 아버지와 오빠까지 잃은 슬픔에 공작의 청혼은 거절당한다. 공작은 올리비아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바이올라(남자 이름 세사리오)에게 청혼 심부름을 맡긴다. 심부름을 맡은 세사리오는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오시노 공작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바이올라가 최선을 다해 공작의 청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올리비아는 정작 남장한 바이올라를 사랑하게 된다. 이 와중에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바이올라의 쌍둥이오빠 세바스찬이 일리리아에 나타나고, 남장한 바이올라와 꼭 닮은 세바스찬을 만난 올리비아는 세사리오로 착각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발행일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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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그녀, 사랑으로 달리다

그녀, 사랑으로 달리다 사랑이라는 정체성으로 이야기하는 영화 박진호 사회정책팀 간사 gino8429@ccej.or.kr 광화문의 한 귀퉁이에 작은 극장이 하나 있다. 100석 정도의 좌석이 있는 그 극장은 우리가 도심의 큰 극장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닌 독립영화 또는 예술영화 중심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그래서 보통 친구들에게 “너 그 영화 봤니?” 라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약간의 희열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 날은 아무런 일정 없이 서울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리고 발길이 멈춘 곳에 영화 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4명의 배우 중, 틸다 스윈튼의 얼 굴만 비추고 있는 포스터를 바라보며 어떤 영화일까라는 호기심이 일어 극장에 들어섰다. 아무리 작은 극장이라고 하더라도, 남자 혼자서 표를 구매하는 모습은 이상하게만 보이나보다. 아르바이트생은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세요?” 라고 묻는다. 난 당당하게 답한다. “네! 혼자예요”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밀라노에서 버려진 사랑   영화는 어두운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시작부터 지루함이 밀려오는 듯하다. 그리고 엠마가 등장한다. 엠마, 그녀는 한 재벌가문의 며느리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고위층의 삶은 그 녀의 옷과 음식들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그녀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색색의 옷을 밝게 비쳐주는 치장된 보석들은 타인의 눈을 부시게 만들 뿐이며, 맛있는 음식들은 타인의 입맛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철저하게 타인의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하나의 사실,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이었다. 타인의 일상에 맞추어져버린 그녀의 삶, 그 속에서 사랑이라는 그...

발행일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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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 도시 재정비, 어떻게 가야하는가?

[도시人] 도시 재정비, 어떻게 가야하는가? 김세용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지난해 말부터 언론을 통해 우리는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출구 전략’이 주는 의미는 여럿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이제 도시도 함부로 재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 이다. 즉, 지금까지와 다른 도시 재정비 방식이 나와야 할 때가 되었음을 ‘출구전략’이라는 단어의 대두는 알려준다.        >> 브라질의 생태도시 꾸리찌바 전국 여러 도시에서 시행됐던 뉴타운 정책은 주지하다시피 도시 재정비 정책의 한 종류이다. 도시 재정비는 광의적 의미에 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고도 불린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도시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 사업, 주택재건축사업을 비롯해 최근 제도화된 주거환경관리사 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도시 재정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단어는 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다. 이는 지난 반세기동안 이러 한 두 가지 형태의 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도시의 재정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업들이 소위 ‘돈 되는 사업’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우리들 뇌리에 가장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 1977년 압구정동  지난 40여년간의 도시 재정비를 간략하게 들여다보자. 우선 197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지하철 1호선 개통 등 국가기간사업을 추진하였고, 서울의 경우, 인구집중현상을 해결하고자 도심 이외의 새로운 부도심을 개발하였다. 즉, 강남개발을 통한 강북인구의 분산 정책을 실시하였고, 이 때 강동, 송파, 여의도 등의 개발도 본격화되었다. 이와 동시에 주택단지 개발사업과 철거위주의 정책이 수반되었다. 구체적으로 자력재개발, 차관재개발, 위탁재개발 등이 실시되었으나 공동주택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발행일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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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선생님, 배가 아파요" - 복통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선생님, 배가 아파요" 복통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철환 상임집행위원 인제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평소 여러분의 속은 편하신지요? 제 동료 한 사람은 평생 한 번도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된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지요? 이렇게 소화가 잘 되다 보니 과식하기 쉬워서 항상 먹는 것을 잘 조절하려고 노력한답니다. 그 결과 우리 병원에서 가장 멋진 몸매의 소유자입니다. 이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고, 이렇게 한 번도 배가 아픈 적 이 없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자주 소화가 안 되거나 배가 아프거나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는 사람, 가스가 차는 느낌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 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의사니까 주로 아픈 사람만 봐서 그럴까요? 아무튼 속이 불편하고 배가 아프면 걱정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 증 상이 있을 때 걱정하는 병은 위궤양이나 위암, 대장암 같은 심각한 병인데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이 생긴 원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소화장애이거나 위염이거나 '기능성 위장장애'라고 하는 병입니다. 또한, 위장을 비롯한소화기관에 어떤 병도 발견할 수 없는데 자주 속이 쓰리거나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기능성 위장장애’라고 합니다. 소화기관의 불편한 증상, 즉 속쓰림, 트림, 상복부 불쾌감, 위 팽만감 등 여러 증상으로 고생은 하지만 이런 증상 이 어떤 심각한 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참 이상하지요?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반복되는데 소화기관에는 어떤 병도 없다니요? 머리가 자주 아프다고 머리 안에 문제가 발한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심리적인 원인이 문제의 원인이고 그 때문에 위장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서양인은 머리가 아프고, 한국인은 배가 아프다?!    서양 사람들이 느끼는 흔한 증상은 가슴이 아프거나 머리가 아픈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증상이 배가 아픈 것입니...

발행일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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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방분권, 왜?

지방분권, 왜? 현 지방자치의 문제와 지방분권의 올바른 방향 소순창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리적 경계 내의 지역주민이 그들의 대표로 구성된 지방 정부를 통하여, 지역적 성격을 지닌 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통치양식’이다. 다시 말해서 자치행정구역 내에서 지역주민의 대표기구인 지방정부를 구성하여 지역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의 문제를 내가,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따라서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는 암울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에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결정하고자 피를 흘리며 싸웠다. 그래서 이루어 낸 것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제도이다. 값진 희생을 통하여 이룩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이러한 값진 희생으로 얻은 것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냥 주어진 것인양 말이다. 이제는 값지게 얻어낸 ‘지방자치’를 잘 가꾸고 일궈서 열매를 맺게 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을 통 하여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어 지방자치로 중앙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지방자치가 중앙의 부속물로 전락되어가는 상황은 과거의 값진 희생을 무색하게 한다.   지방분권이란 무엇인가?   지방자치는 지역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인 ‘자치권’이 제대로 부여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조직을 만들고, 관련 공무원들을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자치조직·인사권). 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지역주민들로부터 필요한 세금을 걷고, 지역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하여 재정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자치재정권).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반 사...

발행일 2012.10.08.

스토리
‘경실련브랜드 운동’ 만들어갈 새 얼굴을 기억하세요

  ‘경실련브랜드 운동’ 만들어갈 새 얼굴을 기억하세요   신입간사 방담,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       정지영 경제정책팀 간사 ji500@ccej.or.kr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경실련 수습 간사로 들어와 지내온 시간이 어느덧 3개월에 접어들어 가을을 맞이하게 됐다. 유익하지만 때론 힘겨웠던 수습교육을 마치고 각자 경제정책팀, 사회정책팀, 회원홍보팀에 배치 받아 어리바리한 수습티를 팍팍 내며 이리저리 치이고 있을 무렵, 월간 경실련에 실릴 우리들의 이야기를 위해 회원홍보팀 안세영 간사의 주도하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공간에 있으나 부서가 달라 얼굴보기 힘들었던 사회정책팀 박진호 간사는 전날 토 론회와 회식 등으로 다크 서클이 볼까지 내려앉은 채로 투샷도 아닌 쓰리샷의 진한 커피를 연거푸 마셔댔다. 회원홍보팀 김인선 간사는 다른 층에서 일하는 관계로 일주일에 한두번 얼굴 보는 게 전부였지만 특유의 화통함과 활발함으로 간만에 보는 어색함을 저 멀리 던져버린다. 그리고 같은 경제정책팀에서 일하고 있으나 각자 정면만을 응시한 채 출퇴근시 인사만 나누며 서로 존재여부만을 확인하던 신동엽 간사는 여전히 많은 말을 쏟아내며 격정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정지영 간사(이하 정)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김인선 간사(이하 김) : 회원관리 및 홍보 시스템을 익히는 중이다. 회원업무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업무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 려움이 컸다. 그런데 그 두려움 속에서 재미와 흥미가 느껴지더라. 지금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 ‘이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다’라는 아이디어와 욕심이 마구 생긴다. 박진호 간사(이하 박) : 사회복지 전공으로 평소 복지,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분야에서 해보고 싶어 처음부터 사회정책팀에 들어가길 원했다. 원하던 대로 지금 사회정책팀에서 공공의료, 연금 등 관련 토론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

발행일 2012.10.08.

스토리
"풀뿌리와 국제화, 두마리 토끼 잡아야" - 임현진 공동대표 인터뷰

"풀뿌리와 국제화, 두마리 토끼 잡아야"  임현진 공동대표(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진행_윤순철 기획총무팀 팀장 yunsc@ccej.or.kr 정리_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기업은 개별상품과 서비스를, 제3섹터인 NGO(비정부기구)와 NPO(비영리기구)는 ‘변화된 사람(Transformed Person)’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자활의지와 역량을 갖추도록, 보편적 사람들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민주화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와 시민의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바람 속에서 임현진 공동대표(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시민사회에서 합리적 비판과 발전적 제안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과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소통자적 역할에 매진해왔다. 또한, 학자로서 한국 풍토에 맞는 사회과학 이론 체계를 정립해가는 동시에 시민사회운동과 NGO연구에 평생을 쏟았다. 정년을 2년 앞둔 지금, 그의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면 만추(晩秋)에 가깝다. 가을이 넉넉히 깃든 캠퍼스에서 임현진 대표를 만났다. '계급성’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시민운동  경실련과 임현진 대표의 인연은 첫걸음에서부터 시작됐다. 양견 교수(현 감사원장), 박세일 교수, 서경석 목사 등과 함께 경실련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부동산 투기문제가 심화되고, 토지소유에 의한 불로소득으로 사회균형과 건전성이 훼손되어갈 때 사회적 잠재욕구가 경실련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경실련의 장점은 계급성을 넘어서려고 했던 것입니다. 다계급적인 민중운동에서 보통 사람들 중심의 시민운동을 처음 시도했어요. 지지도, 비판도 있었지만 90년대 시민운동 연결망 중심에 경실련이 서 있었죠.”  임현진 대표는 경실련 외에도 정치, 환경, 사회복지, 역사, 국제교류 등 다양한 영역의 ...

발행일 2012.10.04.

칼럼
[통일마당] ‘민족의 희망’을 다시 세우자

‘민족의 희망’을 다시 세우자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경실련 통일협회 이사       7.4남북공동성명 40주년을 맞아 우선 40년 전에 있었던 7.4남북공동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 7.4공동성명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의, 그리고 당시 남북한 집권자들의 7.4공동성명의 정략적인 이용과 불이행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7.4공동성명 발표 이후 40년이 흐른 2012년 오늘, 우리가 처해있는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국제정치, 그리고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을 위한 우리의 선택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7.4남북공동성명: 탄생 배경, 내용, 정략적 이용과 불이행     분단 이후 남북한 초유의 공동합의였던 7.4남북공동성명이 탄생하게 된 데는 국제정치의 변화, 즉 세계적인 데탕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북한 모두 국제사회에서 강대국 정치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변화, 특히 남북한이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내는 데탕트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당시 남북한 국내정치를 살펴보면, 남북한 국내정치 자체가 남북화해를 추동할 어떤 역동성이나 그러한 징후는 없었다. 남한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3선개헌을 통해 군사독재를 강화하고 영구집권 음모를 강화하고 있었고, 북한은 1967년을 기점으로 유일사상체계를 세우고 수령제 사회주의를 확립했었다. ‘상하이코뮈니케’가 준비되고 발표된 과정에서 북중양국은 긴밀히 협력했다. 김일성은 1970년부터 73년까지 매년 비공개로 베이징을 방문했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중국과 함께 대처하는 혁명전략, 공동전략을 모색했다. 결국 ‘미중관계 개선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계’해나가는 전략이 채택되었고, 이른바 대남관계에서 ‘하층 통일전선’에서 벗어나 남한정부를 상대로 하는 ‘상층 통일전선’ 전략을 결정했다. 바로 그 결과가 1972년 역사적인 ‘7.4남북공동성명’이었다.     한편, 한미관계를 보면...

발행일 201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