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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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을 살리는 農政

한류스타 안성기ㆍ이영애ㆍ이병헌씨 등이 지난 6일 홍콩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반대시위 도중 구속됐다가 재판을 앞두고 있는 11명의 한국 농민ㆍ노동자들에게 귀국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내용이다. 2005년은 우리나라 농업ㆍ농촌ㆍ농민들에게 악몽(惡夢) 같은 한해였다. 유난히 많은 농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평소 순박하기만 하던 농민들이 왜 엄동설한에 서울의 백주노상에서 자식 또래의 전ㆍ의경들에게 방패로 찍히고 박달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맞아가면서 시위하는지 들어주는 이가 없다. 볏가마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농민들만 괜스레 매섭고 표독하게 비쳤다. 수입개방은 대세이며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데 왜 한국농민들만 저렇게 극렬하게 저항하는지 그 자초지종을 알아주는 이도 별로 없는 듯하다. 뭉뚱그려 국익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역자유화 협상으로 재미 보는 계층, 혜택 보는 산업은 따로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 농민들만의 몫이 되는 정책구조 때문이다. 대책이랍시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화와 현대화가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였으나 융자가 대부분인 지원대책은 IMF 환란을 맞아 사상누각으로 몽땅 농가부채가 됐다. 전국 평균농가들은 현재 연간소득보다 더 많은 액수의 부채를 안고 있다. 그중 연체이자가 17% 안팎인 악성부채만도 근 7조원이나 된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사람(농민)을 살리는 정책보다는 이루지도 못할 규모화 농업구조정책 위주로 흘러왔다. 반면 유럽연합(EU)ㆍ미국 등 선진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WTO가 금기시하는 가격 및 생산비 보조 대신에 WTO가 허용하는 농가소득보상 방식으로 정책을 180도 전환했다. 이른바 시장실패(市場失敗) 현상을 비시장경제적인 농가소득 직접보조와 교육ㆍ의료ㆍ문화ㆍ복지 등 농촌의 ‘삶의 질’ 향상 분야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직접지불액 규모는 농가소득의 40% 이상을 웃돌 정도다. ...

발행일 2006.01.10.

칼럼
'최저가 낙찰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연간 50조원의 공공 공사 예산을 다루는 국가계약법령의 실무담당인 재경부 회계제도과 장훈기 과장은 지난 11일 국정브리핑 기고를 통해 "최저가 낙찰제 확대시행 유보로 인한 예산낭비가 연간 10조원에 이른다는 경실련의 주장은 2배 이상 과다 계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입장은 경실련 주장이 엉터리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며, 더군다나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약속이행 촉구를 소모적인 논쟁으로 폄하하고 있어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경실련은 그 동안 정부의 약속대로 2006년부터 모든 공공 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이하 '가격경쟁방식') 이행을 촉구해왔다. 자꾸만 미뤄지는 가격경쟁방식 도입... 애초 약속은 누가 어겼나 IMF 이후 정부는 건설시장의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건설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하여 고민을 하였고, 그 결과 가격경쟁방식의 과감한 도입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그간 가격경쟁방식 단계적 이행원칙을 천명한 약 속일정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000년 8월 30일 '건설업 경쟁력 강화 방안' - 이행 보증증권 제출이 의무화되는 최저가낙찰제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 - 2002년 '500억원 이상', 2003년 '100억원 이상 공사'. 100억 미만 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 도입여부는 건설보증시장의 성숙도 등을 감안하여 2004년 검토. 2003년 7월 16일 정부 공사 입찰제도 개선- 최저가낙찰제 도입 등 - 경쟁력 강화와 투명성 제고 및 예산낭비 요소 제거를 위하여 최저가 낙찰제를 과감히 도입하고, - 최저가낙찰제 시행결과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2005년 1월부터는 공사비 100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2006년부터 모든 공사에 대하여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시행해 나갈 계획. 이 내용은 건설경쟁력강화와 예산절감을 위하여, 드디어 대통령의 지시로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5년전부터 약속된 일정이 겨우 2차례만 이행되어 고작 1.6조원의 예산절감효과...

발행일 2005.12.19.

스토리
아름다운 이방인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계속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조금 늦은 시간에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늘 이른 아침 출근길은 그야말로 전쟁처럼 힘들었는데 출근인파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터라 오늘 출근길은 조금은 여유 있는 출근길이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몇 개의 빈자리 가운데서 출입문 가까운 곳에 자리를 택해 몸을 의지했습니다. 두어 역을 지나쳤을까? 한 할아버지께서 남루한 옷차림으로 지하철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는 무료 신문을 모으시며 제가 앉은 자리를 지나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금방 한 아름 폐지가 가득하게 되었고 욕심이 나셨던지 그래도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신문을 모으셨습니다. 제가 앉아있던 자리를 지나치신지 얼마 되지 않아 무게를 견디지 못한 할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던 신문들을 바닥에 쏟으셨고 많은 신문들이 지하철 바닥 여기저기 흩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할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를 돕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구요. 그 때 제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가 줍고 계신 신문들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그 청년은 흩어진 신문들을 모아 출입구 근처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아마도 모아둔 신문들을 전동차 밖으로 옮기기 쉬운 곳에 모아두는 듯 했습니다. 떨어진 신문들을 정리하자 그는 다시 조용히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가 친구의 옆에 앉았습니다. 그 청년은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할아버지가 입고 계셨던 옷만큼이나 낡았고 우리나라의 추운 날씨가 견디기 힘들었는지 따뜻한 지하철 안에서도 털장갑을 두 손에 끼고 있었습니다. 수염을 깍지 않아 까칠한 그의 얼굴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짐작케 했습니다. 순간 제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했어야 할 일을 그가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이웃의 아픔을 이방인인 그가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도와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을 때 그는 행동했습니다. 다시 자리에 앉...

발행일 2005.12.15.

스토리
너무나 '특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의가 당연하다는 듯이 법정시한을 넘겼다. 정치공방과 자기선거구 예산확보 시비로 얼룩진 예산심의과정을 바라보면서 과연 200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넘어가도 되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예산 감시 활동을 벌이는 기구인 예산정책우선센터(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ㆍCBPP)내 국제예산계획(International Budget ProjectㆍIBP) 본부는 각 국가의 예산투명성지수를 만들어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의 바탕이 되는 것은 OECD 국가들 중에서 투명하게 예산을 운영하는 국가의 시스템들이다. 지난 10월부터 IBP 본부에서 보내온 매뉴얼들을 살펴보면서 과연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긴밀한 상호작용이었다. IBP에서 선진국의 사례로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입법부가 한 번에 예산안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와 끊임없이 조정하면서 최적의 예산안을 만든다. 우선 행정부에서 작성하는 예산안은 무지하게 '친절'하다. 어떤 사업에 왜, 어디에, 어떻게 그 예산들을 사용할지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봐도 알 수 있도록 돼있다. 한 서울시 의원은 예산안을 제대로 읽을 때쯤 되니까 임기가 끝나있더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예산안이 복잡하다는 소리다. 더군다나 이들 모범적인 예산안은 친절할 뿐만 아니라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연초에는 물론이고 달마다 예산안 보고서를 제출한다(물론 이 보고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리면서 대국민 홍보로 예산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거의 실시간으로 예산을 감시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상시적으로 예산 감사를 하는 기구가 있다. 1년 내내 예산에만 신경을 쓸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자는 사람 깨워서 ...

발행일 2005.12.05.

칼럼
공직자의 투기 근절없는 부동산대책은 허구

공직자 부동산 투기,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부동산 개발정보 입수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이 부동산 투기에 앞장선 사례가 또 대거 적발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고위 공직에 임명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임명된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과거부터 공직에 몸담았거나 공직에 재직했던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들 중 대다수가 주택과 토지(특히 농지와 임야)를 불법, 편법, 탈법으로 취득하고도 해당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임대나 매각 과정에서 소득을 축소하거나 허위로 신고했던 자들도 상당수 드러났다.     이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한다'면서도 경제관료들은 과거 개발독재 시절의 관료 출신들을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초반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 인권위원장, 건교부 장관과 차관, 헌법재판관, 주미대사 등 매월 한 건씩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고, 그때마다 투기의혹을 받은 이들은 물러나지 않으려 버티다가 결국은 물러났다.     언론과 시민사회 등에서 공직자의 임용 과정, 재산 등록과 공개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를 위해 편법, 탈법, 불법 행위를 했다는 의혹과 실제의 불법 사실이 불거져야만 투기 공직자들은 마지못해 물러나는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언론사 사주 출신 주미대사와 그 일가의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 고위 공직자의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투기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그 간 대응을 바라보면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개혁의지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투기문제가 밝혀진 이후 지금까지도 명확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이러한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공직자들은 신도시 등 각종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하기에 개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기도 용이한 위치에 있다. 또한 이들은 개발계획 수립과 결정을 하는 직무를 수행하고서...

발행일 2005.11.29.

칼럼
쌀 협상 부대조건까지 공개를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이 무르익고 있을 때 동아일보에 ‘정부 쌀 재협상, 불신만 키운다’라는 글(2004년 11월 15일자 참조)을 쓴 적이 있다. 그 협상안의 국회 비준을 전후하여 남녀 농업인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생령들이 죽어갈까 두렵다. 누가 무엇이 순박한 농업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WTO건 자유무역협정(FTA)이건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계층과 집단이 있고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있다. 뭉뚱그려 표현해 ‘국익’이라고 하지만 승자들의 이익은 아주 큰 반면, 패자와 탈락자에게는 살길이 아득하다. 그래서 우선 농민들을 살려 놓는 정책과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쌀값이 국제 시세보다 4배가량 높지만 이는 한국 농민이 못나고 게으른 탓이 아니다. 오히려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땅(논)값이 미국의 15배, 호주의 30배, 사회주의 중국의 200배나 된다. 그 결과 땅값(토지용역비)이 쌀 생산비의 44%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한국산 쌀의 생산비는 미국 캘리포니아산보다 3.9배쯤 높지만 생산 비 중에서 토지용역비를 빼고 비교하면 1.8배가량 높다. 이 땅값 때문에 규모를 어지간히 키워 봐도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대규모의 유리성(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은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 좋은 예가 세계에서 쌀 농장으로 가장 컸던 충남 서산의 현대아산농장이다. 340ha(약 100만 평) 넓이의 땅에 비행기와 트랙터로 농사를 지었지만 채산성이 낮아 지금은 조각내어 소규모 가족농들에 팔려 나갔다. 역대 정부의 천문학적인 농업구조 개선, 규모화 정책이 외환위기를 만나 좌절을 보게 된 이유도 이 같은 한국 농업의 구조적 함정 때문이다. 따라서 WTO 체제하 향후 농업정책은 가격경쟁이 아니라 비(非)가격 분야의 국제경쟁력부터 높이는 방향이 되어야 옳다. 이를 위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높은 생산력을 지속하면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품질과 안전...

발행일 2005.11.28.

스토리
좌충우돌 영국연수기(1) - 캠브리지에 첫발을 내딛다

* 고계현 실장(前 정책실장, 커뮤니케이션국장)은 지난 10월 31일, NGO management를 공부하기 위해 1년간의 일정으로 영국 캠브리지 대학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무사히 그곳에 도착한 고계현 실장이 경실련 사무국으로 첫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좌충우돌 영국연수기'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고계현 입니다. 모두 건강하게 건투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곳 캠브리지에 온지 딱 2주일이 되었네요. 출발 막판에 본래 계획들이 수정되면서 정신없이 보내다가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출발하여 못내 아쉽고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1년이란 시간이 길수도 있지만 번개와도 같기에 다시 뵈올때 벌주(?)라도 살 것을 약속드리며, 서운함이 있다면 그냥 크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난 2주간의 혹독한(?) 시간을 넘기고 잘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학교등록도 끝내고 이틀전에 인터넷과 전화, TV가 개통되고 은행계좌까지 열었으니,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은 기본적으로 확보한 셈입니다. 사실 저는 여기 온 첫 날부터 황당한 경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캠브리지대학측으로 부터 안내받을 때에는 현재 제가 있는 캠브리지대학 기숙사가 기본 생활용품이 갖춰져 있는 Furnished 숙소로 소개 받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그냥 몸만 왔습니다. 제가 여기 숙소에 처음 도착한 시간이 런던 히드로 공항에 11월 1일 오후2시에 도착하여 이래저래 수속 받고, 고속버스 기다리고 타고 하니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니, 달랑 책상과 침대, 소파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침대도 매트리스만 있구요, 난방도 전기라지에터 뿐이었습니다. 청소도 전혀 안되어 있구요. 지금 여기 날씨가 밤에는 한국겨울 날씨 처럼 아주 차갑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냥 있기에는 동사(?)하기에 딱 알맞아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습니다. 숙소 사무실 사람만 있었다면 어떻게 이불이라도 달라고 하겠지만,...

발행일 2005.11.24.

칼럼
민간아파트 분양원가도 공개해야 하는 이유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수년간 요구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분양원가 공개 주장의 배경과 원인을 정확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분양가는 폭등세를 보여 왔다. 1998년 평당 521만 원에 불과했던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2005년에는 1521만 원으로 7년간 2.9배나 폭등했다.     이 기간 동안 연간 물가상승률은 4%가 넘지 않았으나 분양가는 연간 9.8~23.8%나 올랐다. 분양가가 물가상승률이나 실질소득의 증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높은 분양가가 기존 주택의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이 초래됐다.     그러나 정부는 분양가 폭등에 대한 개선대책을 제시하지 않았고 공기업과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려는 노력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확산됐다. 즉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가격의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고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라는 말이었다.     공급자인 건설업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주택시장의 실패와 이를 방조하는 정부정책으로 인한 소위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였던 것이다.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면서 첫째 공공택지의 공급가와 조성원가의 공개, 둘째 주공 등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 분양원가의 공개, 셋째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공급받은 건설업체의 분양원가 공개, 넷째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강제로 땅을 수용하는 공공택지와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먼저 공개하고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와 공기업, 그리고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는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을 침해하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요구라며 반대했다. 공기업과 공공택지부터 먼저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공기업이 먼저 하면 결...

발행일 200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