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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횡사(橫死)를 불러온 황사

김성훈 상지대 총장·경실련 공동대표 마침내 환경부가 황사 문제를 들고 나왔다. 철ㆍ망간ㆍ카드늄 등 중금속이 평시보다 12배나 더 많이 코팅된 노란 먼지가 며칠째 연달아 대한민국의 하늘을 뒤덮고 나서야 조야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환경운동가 출신의 이치범 환경부 장관이 무언가 해낼 것 같은 예감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황사 피해와 대기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황사(黃砂)와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 대기오염 현상으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1,000여명이 조기(早期)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현상은 황사이다. 해마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황사가 찾아와 기승을 부리며 비명횡사(非命橫死)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4월 초의 황사는 미세먼지 농도가 치명(致命)적 수준인 300을 훨씬 넘어 지역별로 500~650㎍/㎥을 오르내렸다. 그 발생횟수와 농도도 최근에는 부쩍 심해지고 있다. 연간 100일에 달하는 황사 피해 때문만으로 조기사망하는 사람이 평균 2,310명, 폐와 호흡기 계통 질환자 수는 18만6,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황사 피해 말고도 대기 중에 만연한 다이옥신, 사흘에 이틀 꼴로 자욱하게 서울 하늘을 뒤덮는 살인적인 공해성 미세먼지, 그리고 연간 100회에 달하는 오존의 피해 규모가 시나브로 대한민국 수도권에서 정상적인 생명유지 및 경제사회 활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대기오염도가 이제 울산ㆍ안산 등 어지간한 공단 지역 수준과 맞먹을 정도이다. 이는 1,500만 서울시민이 일시에 담배연기를 뿜어댄다고 해도 위해도(危害度)면에서 대기오염의 피해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실제 서울에서는 새벽 조깅이 더 이상 건강 향상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해롭다는 판정이다. 비염과 폐질환,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 가장 높은 폐암 ...

발행일 2006.05.08.

칼럼
[칼럼] 현대자동차 사태가 남긴 교훈(권영준)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검찰이 최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13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횡령), 3900억원대의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주었던 대선 비자금 충격 이후에도 재벌 비리가 반복돼온 상태에서 검찰이 오랜만에 원칙적인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재벌 범죄의 각종 리스트가 망라된 듯하다. 하청단가를 조작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투명하지 못한 기업 경영은 물론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이용한 편법 증여와 불공정 거래를 통한 대규모 회사 내부이익의 부당한 편취가 있었다. 더욱이 기업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와 감사를 동원한 불법 로비와 정경유착,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부채 탕감을 통한 공적자금 빼먹기 등의 의혹이 재계 서열 2위인 그룹에서 자행된 것이다. 반드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과 법원은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움으로써 비정상적인 재벌들의 후진적 경영 행태와 비리를 척결하여 선진경영을 확립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정 회장 구속은 현대차 경영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여 국가신인도와 국민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해외 헤지펀드들에 의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발생 자체로 이미 단기적으로 현대차의 기업신인도에 충격은 기정사실로 된 것이기 때문에 정 회장 구속이 더 큰 충격을 가져 오지는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 회장 구속으로 인한 공백이 현대차그룹에 치명적인 경영 차질을 가져온다면 그 자체가 현대차그룹의 기업지배구조가 지극히 기형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현대차그룹은 1인 황제지배체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이사회 구조를 통한 기업지배체제를 구축하여 경영 정상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 건전한 노사 협력문화 구축을 통한 기업 가치 극대화를 바탕으로 적대적 M&A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

발행일 2006.05.04.

스토리
헉! 벌써 복귀한지 1년이 다 되가네...

당연한 말이지만 세월은 참 빠르다. 불혹을 넘어버린 나이 탓일까? 아니면 세월을 앞당겨살아야 하는 상근운동가의 직업 탓일까? 시간은 분명 4월의 끝자리이건만 책상위의 달력은 5월 지방선거를 넘어 6월 임시국회 대응 스케줄로 빽빽이 차 있고 마음은 벌써 여름을 지나가고 있다. 나는 함께하는 동료들과 조직의 배려로 1년 6개월의 꿈같은 외유를 보내고 지난해 9월 경실련에 복귀했다. 타성(?)에 젖은 정신을 새롭게 하고 내 자신의 전문성도 키우며 후배 운동가들에게 뭔가 재 충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개척해야한다고 강변하면서 떼를 썼다. 그래서 1년은 한국에서 6개월은 미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랴 탈모증공포에 시달리며 이마 위에 붙어 있는 머리털 개수에 연연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벗어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복이었다.  이렇듯 잠깐의 외유는 행복이었지만 마음속에 늘 부담을 갖게 했다. '경실련에 복귀할 때 조직과 동료들에게 무엇으로 힘이 되지?, 그동안 동료들이 뺑뺑이 돌았으니까 두배로 일하는 건 기본일거고 멋있고 쿨하게 일할 수 있을까? 시쳇말로 외유기간의 혜택(?)을 뭘로 보답하지....' 외관상 보면 일은 다행히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첫 상집회의에서 상견례를 하는데 동료 실/국장들은 다들 짧게 소개하는데 "저는 정치.행정,입법 분야 실무를 맡고 있는 시민입법국장이면서, 갈등해소센터와 통일협회 사무국장입니다"라고 주저리주저리 말해야 했다. 혹여 소속을 빼먹으면 해당위원회 선생님들이 사무국에서 비중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까봐 10여초 동안에 끝날 소개말을 매번 민망하게도 길게 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부서원들은 그야말로 외인구단이다. 같은 부서원이어서 회의를 함께 해야 하건만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공동으로 회의한다는 것은 담당 간사들에는 엄청난 고문이다. 통일의 기수 모 간사에게 의정활동평가 사업에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

발행일 2006.04.27.

칼럼
[칼럼] 한미 FTA의 先行 조건 (김성훈)

○만화와 같은 기묘한 앙상블 정부가 전격적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정부의 협상 추진방식과 협상 태도를 둘러싼 저항적 갈등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노무현정권과 앙숙관계 이었던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노정권을 편드는지 또는 미국편을 드는지 한․미FTA의 가공할 파괴력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은 유보한채 문제를 단순화시켜 친미냐 북미냐의 이분법적 편가르기에 신명이 나있다. 보수언론과 노무현정부가 손을 잡는 만화와 같은 희한한 앙상블이 목전에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 문제의 본질은 친노냐, 반노냐 또는 나아가서 개방이냐, 개방 반대냐 더더구나 친미냐 반미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의 삶의 패러다임과 우리 경제 문화 교육 의료 법률 등 모든 부문의 틀이 미국의 이해에 맞춰 바뀌어질 경우의 득실과 감당여부가 문제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비슷한 성격의 WTO 다자간 협상인 DDA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불쑥 뛰어든 한미FTA를 만사불문하고 추진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동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국가적 손익 명백히 밝히길 정부는 지난해까지 중장기 과제로 분류되어 있던 한․미FTA를 갑자기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청회가 파행으로 무산된 당일,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또한 각계의 의견수렴도 없이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배출가스 기준 완화, 수입 의약품값 인하 중단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협상도 해보지 않고 미리 양보했다. 한․미FTA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조사 연구도 미흡하다. 대외경제연구원이 그나마 발표했던 분석자료는 한 달만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4~5배나 부풀려 다시 발표하였다. 무역흑자 감소와 대량실업 발생 효과 등에 대해서는 수정발표 과정에서 축소되고 실종되었다. 무역수지 전망 등 긍정적 효과추정 발표 자체가 상부의 지시로 은폐·조작됐다는 의혹마저 있다. 이외에도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

발행일 2006.04.21.

칼럼
서울시 의정비, 문제 있다던 의원들도 표결에서는 찬성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분명 다르지만 할 수 있으나 하기 너무 어렵거나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모른다면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최대의 걸림돌은 언제나 무관심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방청은 이렇게 이뤄졌다. (따져보니 국회는 몇 번 가봤지만 방청해 본 적이 없다. 법원도 예전에 수업 듣느라 가봤지만 역시 재판과정을 방청해 보지 않았다. 막연히 귀찮을 것 같았고 생각만으로도 이유 없이 주눅 들곤 했다. 좀 웃기지만 중국에서는 재판정에 무작정 들어가 휴정 시간에  판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외국에 있으니 용감해 진걸까?) 원래 지방의회 방청이라는 것이 방청 자체보다 방청준비 절차가 번거롭다. 준비를 직접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일하는 상근자가 의회에 미리 방청허가 신청을 했고 5명이 방청허가를 받았다. 의회에서는 친절하게 전화를 걸어와 좀 일찍 와서 방청시 주의사항을 들어달라고 했다. 운영위원회와 본회가 열리는 4월 14일 오전 10시. 서울시의원 의정비 재조정을 촉구하는 경실련 기자회견이 11일에 이어 의회 앞에서 진행 중인 관계로 5명 중 2명만이 방청을 하기로 했다. 운영위원회 회의시간이 11시에서 10시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방청허가증을 달고 전문위원실로 안내되어 약 30분간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기자회견이 끝났다.   난 왜 회의가 연기된 이유를 묻지 않았는지 방청기를 쓰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운영위원회는 모두 1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당일회의에는 위원장을 포함 7인의 위원이 참석했고 위원 아닌 의원으로 민주노동당 심재옥 의원이 참석했다. 회의 진행이나 좌석 배치 등은  지방의회와 국회가 별 차이 없는 듯하다.   이 날 안건은 총 세 개. 우리의 관심은 세 번째 안건이었다. 앞의 두 개 안건은 논란이 없는 사안인지 위원 발의 후 토론 없이 발의안 그대로 통과되었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니 서울시의회 조례 가결률이 90%가 넘는다던...

발행일 2006.04.18.

칼럼
"아빠, 많이 뛰면 기침하다 죽어요"

"아빠, 오늘은 쫌만 뛰어요. 많이 뛰면 기침하다 죽어요" 6살 난 아들놈의 걱정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을 뒤로 한 채 토요일 오후 경기장인 경동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분명히 기상청에서는 오후부터는 황사가 가라앉는다고 했는데,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언론에서는 계속 야외활동을 삼가하라고 하는데 공을 차겠다니... 미친 사람 소리 들을만한 일이죠. 못 나오겠다는 회원분들이 많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오겠다고 했던 분들중에서 3~4명이 안나왔습니다. 상대팀 참여연대 축구팀 주장도 많은 분들이 갑자기 결장을 통보해왔다고 하면서 걱정하더군요. 이제는 더위나 추위, 폭우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황사까지 챙겨가면서 공을 차야 된다니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래도 아프로만은 다행히도 오랜만에 나온 김주성 회원이 4명의 친구들을 데려왔고, 김만수회원이 못오는 대신 친구 2명을 섭외해준 덕에 11명을 맞춰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선종빈 회원은 친구들을 많이 데려오고 싶었는데 건설분야라는 쪽이 토요일에도 일이 많은 곳이어서 어려웠다며 미안해하시더군요. "이런 날 나와주신것만도 고마운데 무슨..." 오히려 미안해야 할 사람은 저였습니다. 상대팀 골드드래곤은 재작년과 작년에 각각 한 번씩 경기를 가져봤던 팀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감독이라고 경기장에 나오면 상대팀을 한번 살펴보고 실력을 가늠해보곤 하는데요. 시장에서 좋은 재료를 골라가는 음식점 주인의 눈썰미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기준은 있습니다. 기준이라는 것이 거창한게 아니라 다리 두께와 근육 그리고 피부가 얼마나 그을려져 있는가 보는건데요. 웃기는 기준이긴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볼 때 신장이나 체중, 인상과는 상관없이 얼굴 꺼멓고 다리가 튼튼해보이는 사람이 공을 잘 찹니다. 골드드래곤팀은 거의 선수 전원이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것 같았고, 대부분이 20대로 젊어보였습니다. "선수 출신도 몇 명 있는것 같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를 준비하던 아프로만 선수들사이...

발행일 2006.04.11.

칼럼
노무현 정부의 '自殺골' (김성훈)

지난달 ‘군사작전’을 펴듯 단 하루 만에 뚝딱 해치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선언에 대해 개시일자가 다가올수록 각계각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중에도 얼마 전까지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이었던 분들의 항명성 쓴소리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의 옷깃마저 여미게 하는 처절한 우국충정이 스며 있다. 한ㆍ미 FTA 협상을 졸속 추진 말고 신중히 하시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새 일거리를 만들지 말고 시작했던 개혁안들이나 잘 마무리 하시오! 정부 주장대로 앞으로 10개월 안에 한ㆍ미 FTA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마무리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이라는 고언(苦言)들이 그러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이) 못 가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그토록 저주해 마지않던 보수 언론들의 고무성 보도에 힘을 받은 것인가. 마지못해 한ㆍ미 FTA를 지지하고 나선 요즘 밀월 관계의 경제단체 대표들이 고마워서 인가, 아무튼 국민의 75.6%가 반대하는 여론(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속무역처리법(TPA) 일정에 맞추어 속전속결할 기세이다. 문제는 한ㆍ미 FTA가 장차 우리나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문화ㆍ법률ㆍ서비스산업ㆍ농업 등 전분야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를 가져올 부정적 파괴력에 비해 예상되는 국가적 이익은 추상적이고 희미하다는 사실이다. 이익이 크다는 연구 발표가 있기는 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외경제연구원의 한 박사님이 처음에는 한ㆍ미 FTA가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99%, 신규 고용 창출 0.63%, 후생 수준 1.73%를 개선할 것이라는 수치를 지난 2월2일 무산된 공청회에서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웬일인가. 그 한달 뒤인 3월3일에는 ‘그 연구원의 그 박사님’이 또 다른 세미나에서 한ㆍ미 FTA 체결로 실질 GDP가 7.75% 증가하...

발행일 2006.04.10.

스토리
내가 화분을 선물하는 이유

계절이 바뀐다. 경실련에서 맞는 두 번째 봄. 경실련에 첫발을 디뎠던 작년 3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경실련 푯말을 두르고 있는 전봇대를 돌아 정면으로 보이는 낙산의 나무숲과 이웃집 담 너머로 드리워진 꽃나무의 싱그러움이었다. 그 후 경실련 일상에 들어가 출근하고, 바쁘게 일하면서 특별히 기쁠 일도, 특별히 슬플 일도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새 일년이 되었다. 좋은 곳에서 마음이 시키는 일하며 사는 것은 좋은데 특별할 것 없이 지내는 하루하루는 답답했다. 싱그러움과 생동감, 에너지가 아쉬웠다. 그래서 싱그러움과 생동감을 품고 일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쎈치한 감성회복을 위해 이른 아침 사무실 D․J가 되시는 감시국 윤국장님처럼...^^ 봄 길에는 있는데, 콘크리트 건물 속 서류더미들 가운데는 없는 싱그러움을 찾아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찾았다. 생명이 심겨진 작은 화분. 꽃다발의 화사함은 없지만 생명을 담고 있어 작은 화분이 눈에 띄었다. “저거다” 싶어 내 책상부터 시작하여 주변으로 하나둘 채워가기로 했다. 관리에 필요한 지식이나 좋고 싫음의 선호도 없이, 낭만적인 꽃말도 모르지만 그냥 생명이어서 좋았고 작은 인연을 하나 둘 맺게 되어서 좋았다. 그래서 함께하는 좋은 이들과도 나누고 싶어 선물도 시작했고 좋은 날, 우울한 날, 감사한 날 각각의 이유를 만들어 선물했다. 그렇게 나누길 10여명, 어느새 경실련에 화분 10식구가 더 늘었다. 화분을 나누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란 영화가 생각난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꿈을 꾸냐”는 핀잔이 있을지는 모르나 그게 좋고 남들이 뭐라던 그렇게 살고 싶다. 눈이 깊고 맑은 주인공 트레버가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실천을 숙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나누기(pay it forward)를 시작한 것처럼...  세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면, 그 세 사람이 다른 세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고, 또 그 세 사람은 또 다른 세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고... 영...

발행일 200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