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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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실 모르는 '반쪽 진보', 권력 맛본뒤 퇴화"

청와대, 민주노동당 등, '머리만 진보'거나 '행동만 진보' 많아 진보개혁 세력이라는 사람들 정치는 잘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독재냐 반독재냐, 직선제냐 간선제냐 같은 선악이 뚜렷한 이분법적 정치 문제에는 상당한 능력이 있다. 독재자를 타도하고, 부패한 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경제는 바보’다. ‘실물’에 참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는 정치 문제처럼 이분법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다. 복잡하다. 또 정치 문제와 달리 바로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야 느낀다.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세력이 관료다. 나는 그걸 DJ 때부터 봐 왔다. DJ는, 태생적으로 DJP연합이다. 정치는 진보, 경제는 보수를 택했다. DJ때 경제 정책은 모두 개발 관료에 의존해 나온 것이다. 부동산 경기 부양, 건설 경기 부양, 신용카드, 외자 유치 등이다. 그러다 말미에 아들과 측근이 개발 세력들에게 뇌물을 받거나 부패 사건에 연루되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 YS, DJ보다 나은 진보 정부라 여겼기에 서민·중산층을 위한 진보적 경제 정책을 내놓을 줄 알았다. 또 재벌·기업의 특혜를 파헤치는 경제 과거사의 진상 규명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이룰 줄 알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정치만 유능, 경제는 바보 참여정부는 집권 1년간 법안을 통과시킬 의석이 적다고 변명했다. 2004년 4월 ‘탄핵풍’으로 진보개혁적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대거 입성했다. 민노당도 거저 들어갔다. 여대야소 정국 의미도 있지만 더 큰 의미가 있다. 총선 승리로 진보개혁 세력이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의도까지 점령한 것이다. 그리고는 그게 다였다. 의미있는 입법 하나 못했다. 경제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단적인 예를 들면, 아파트 선분양은 그것 자체가 특혜다. 진보라는 사람들이 아파트는 분양받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돈주고 사는데 ‘구입’이고 ‘매입’이지, 왜 분양이냐. 분양이라는 말에 나눠 준다는 뜻이 있다. 강아지 분양하듯 이해하는데, 누가 주체인지 잊...

발행일 2006.09.14.

스토리
경실련 제2차 중앙위원회 후기

자기성찰 그리고 '경실련식' 해법찾기  경제정책국 윤은숙 간사  인디언은 말을 타고 가다가 문득 한번 씩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위해서. 목표를 정해놓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그 질주의 중간 중간 자신이 정말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7일에서 9일까지 열린 경기도 오산에서 경실련의 제2차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본격적인 하반기 사업 시작에 앞서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잡았던 목표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다함께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한 해에 두 번 열리는 중앙위원회는 경실련 최고의 의결 기관이다. 보통 1차 중앙위원회는 연초에 열려 한 해의 사업을 뒤돌아보고 다음 해의 계획을 나누는 신년회의 성격을 가진다. 반면에 보통 8월이나 9월초에 개최되는 2차 중앙위원회는 한 해의 중간에서 앞길을 살피고 뒷길을 연다. 따라서 그 해의 운동과 이슈들이 가장 실질적으로 논의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6년은 경실련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였지만, 그중에서도 전국조직 강화와 운동 영역의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 설정의 가지는 의미는 각별했다. 조직 내부적인 문제로 상대적으로 힘을 잃었던 조직력과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초석이 바로 이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경실련 전국 상근자들이 모이는 교육 워크숍이 있었다. 전국 운동 조직을 가진 경실련의 내부 통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경실련은 그 열매를 점검하게 되었다. 우선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지방 경실련과 중앙경실련 협력 운동은 전국 조직 강화 이후 가장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와 더불어 지역 시민운동의 성공 사례와 과제 발표 시간이 있었다. 대전 경실련의 <동네 경제 살리기>와 여주․이천 경실련의 <작은 사랑 나누기> 운동 등의 사례는 시민운동의 오래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시...

발행일 2006.09.14.

칼럼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실패할겁니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개인사를요? 그 얘기는 안했으면 하는데요. 별로 말할 내용도 없고 말하기도…(웃음)” “그래도 <시민의신문>이니까”라는 말로 겨우 인터뷰 약속을 받아 냈다. <시민의신문>이 경실련에서 시작했다는 과거의 인연도 나름의 작용을 했다. 이정민기자 경실련 사무총장은 나이순? 박병옥 총장은 1963년생이다. 올해로 만 43세. 불혹의 나이다. 17년간 꾸준히 경실련과 함께한 박 총장은 불혹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한 단체의 ‘장’을 맡을 이유는 충분한 듯 하다. 그러나 그는 “어쩌다 보니 연배 순으로 경실련 사무총장이 된 것”이라며 “인터뷰는 국장들이 해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박 총장은 1981년에 있었던 ‘고려대 문무대 109인 사건’의 제적생 중 1인이다. ‘고려대 문무대 109인 사건’은 전두환 정권 당시 2차에 걸쳐 문무대(대학생 군사집체훈련을 위한 기관)에 입소한 고려대 학생들이 군사집체훈련을 거부하다 19명이 제적, 1명 무기정학, 89명 직권휴학 등을 당한 사건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장화식 정책위원장도 당시 문무대 사건 의 109인 중 1명이었다. 그는 당시 사건을 이렇게 말한다. “별거 아니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이 군대가서 데모하다 짤린 얘기죠.(웃음) 그 당시에는 강제징집제도가 있었거든요. 장화식 위원장과는 그 전까지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됐죠.” 박 총장은 경실련에서 일을 하기 전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대학부 간사로 일했었다. 초기 경실련 창립에 관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학생운동과 직간접적으로 연이 닿아있던 사람들이다. “지금의 경실련은 아닙니다. 많이 바뀌었죠. 그 당시 기독학생운동에 관여했던 사람들 중 지금 경실련의 회원 이상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 경실련은 이들이 주축이었습니다. 서경석 목사도...

발행일 2006.09.14.

칼럼
개발, 인권에 기반해야 한다 (김혜경)

인권 감시와 발전전략을 동시에 모색하는 국가간 협력체제가 중요 김혜경 경실련 국제위원장 지난 8월 16~20일까지 몽골 울란바타르에서는 ‘동북아 인권옹호가(Human Rights Defenders: HRD) 포럼’이 개최되었다. “경제사회문화권 및 개발권의 향상 - 동북아시아에서 인권옹호가의 역할 강화”라는 제목의 이 포럼은 ‘포럼아시아’가 인권옹호가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동북아에서 처음 개최한 것이다. 네팔, 몽골에 이어 캄보디아에서 소지역포럼을 가진 후, 11월에 태국에서 아시아지역 포럼을 개최하게 된다. 이번 포럼에는 북한을 제외한 동북아 6개국에서 60여명이 참석하였으며, 캄보디아에서도 7명이 참가하였다. 제1차 동북아 인권옹호가 포럼 참석자들 인권에 관한한 동북아는 상당히 발전이 더딘 지역으로, 아직 인권에 대한 지역 내 협의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본과 한국 및 중국, 남북한, 중국과 대만 등 국가간 갈등이 복잡다단한 지역이며, 경제적 차이도 크다. 그만큼 동북아에는 상존하는 인권문제도 다양하다. 각종 자유권이 심각하게 제한받는 문제뿐만 아니라, 낙후된 경제와 빈곤으로 인한 생존권 문제도 심각하다. 소수민족과 난민문제, 이주노동자, 여자와 어린이들의 인신매매 등을 비롯해서 자연자원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 강제이주, 열악한 노동환경 등의 문제들이 얽혀 있는 곳이다. 몽골이 동북아에서는 유일하게 국가간 갈등이 없는 국가라는 점과 몽골의 ‘인권개발센터’가 포럼 유치를 적극 희망했다는 점이 개최지를 몽골로 정한 배경이다. 한편, 몽골은 한국과 나란히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함으로써 인권향상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천명하였으며, 내부적으로 인권에 대해 심각한 도전이 많은데도 잘 해결해내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박경서 대한민국 인권대사의 기조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워크숍 첫날 오전에는 몽골의 국회의원, 국가인권위원장, 유엔조정관 등의 인사말과 대한민국 인권대사인 박경서박사의 기조강연이 있었다. 1970년대 강원용...

발행일 2006.08.28.

칼럼
“시장자율 앞세운 건설업자들의 폭리 통제는 당연“

경실련은 지난 5월 18일 성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현행 법령에서 자신들에게 위임한 아파트 분양가 검증 및 승인관련 권한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트 고분양가로 인한 집값폭등을 방조하고 자산 양극화 심화에 일조하고 있다며, 아파트 고분양가뒤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이 있음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22일 경실련이 발표한 ‘대통령은 모르고 국민들은 알고있는 부동산 진실(6)에서는, ’아파트분양원가공개와 원가검증, 후분양제‘에 관하여 5.31 지방자치선거에서 수도권지역 단체장으로 당선된 단체장의 현재 의견과 후보시절의견을 조사하여 공개하였다. 이 조사에서는 후보자 시절 ‘분양원가 자율공개를 거부한 사업자에 대해 승인거부권 행사’에 72%(21명)가 찬성했으나 당선이후에는 23%(3명)에 그치는 등 매우 소극적으로 변하였고, 후보시절 원가공개에 찬성했던 단체장도 당선이후에는 46%가 반대 및 거절, 답변거부, 무응답 등으로 당초 입장을 뒤집은 것을 밝혔다. 그럼에도 자치단체장의 노력으로 지역의 고분양가를 억제하고 있는 사례가 있었다. 단체장이 철저하고 책임 있는 분양가 검증과 행정재량권을 활용하여 승인권한만 제대로 행사해도 날로 치솟는 아파트 고분양가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입증하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경실련은 지난 7월 중순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분양가가이드라인을 정해 고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 성무용 천안시장을 만났다. 성무용 시장은 지난 2004년 500만원을 시작으로 2005년 624만원, 그리고 올해는 655만원을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건설사가 이를 초과해 분양가 승인을 요청할 경우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천안시가 제시한 아파트분양가가이드라인은 매년 분양가를 자체조사하고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마련하고 있었고, 이러한 결과로 최근 몇 년간 주변지역의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천안지역은 안정적인 집값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천안시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발행일 2006.08.26.

칼럼
[칼럼] 뉴딜과 올드딜

문인철 (경제정의연구소 전임연구원) 뉴딜, 많이 들어본 말이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기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경제정책을 말한다. 뉴딜 이전까지는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은 거의 없는 미시적 경제정책이었다. 대공황기에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답이 없었던 루스벨트 정권은 공채발행을 통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댐,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을 건설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한마디로 대전환이었고 상징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정부의 시장개입이 정당화되는 계기를 뉴딜이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 미국에서 새로 정권을 잡은 집권당은 자기의 정체성을 담은 명칭을 만드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 케네디 정권에서는 ‘새로운 정치경제’, 닉슨 정권에서는 ‘신경제 100일 계획’, 레이건 정권때는 ‘레이건노믹스’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명칭을 YS정권 때부터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YS집권 초 ‘신경제 100일 계획’이 있었고, DJ정권 때는 ‘디제이노믹스’와 ‘빅딜’이 있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대선후보가 된 이후 또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 나온 명칭들이다. 그런데 최근 대선 경선 시기도 아닌데 뜬금없이 뉴딜이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의장께서 주장하는 사회적 대타협안인데 명분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뉴딜의 안 중에서 투자증대의 근거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현 출총제 하에서도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투자를 하는 데는 하등의 지장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 사실은 정부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재벌들도 잘 알고 있다. 모른다면 집권여당만 모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출총제는 90년대 초부터 논란이 계속되어오면서 재벌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매우 완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렇지만 출총제가 재벌총수의 그룹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상속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집권여당의 뉴딜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새...

발행일 2006.08.24.

스토리
한국과 인도네시아, 닮은 꼴 찾기

한국과 인도네시아, 닮은 꼴 찾기 국제연대 김도혜 <사과문> 죄송합니다. 또 나갔다 왔습니다. 고작 3년 5개월 경실련 상근 활동기간 동안 레바논, 일본, 태국, 캄보디아 등지를 회의 핑계(?) 삼아 나가는 바람에 사무실 내에 나름대로 안티 세력이 있으리라 감히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한 상자에 1000원 정도하는 현지 과자류를 선물이랍시고 한 두어 개 들고 와서는 ‘힘들었어요, 나가면 고생이에요’를 연발하는 뻔뻔한 작태를 두고 보기 힘드셨겠지요. 그런 제가 이번에는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사무실을 비우고야 말았습니다. 아시아재단(The Asia Foundation: http://www.asiafoundation.org- 박스 참조) 인도네시아 사무실에서 한 달간 일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을 했는지, 열심히 놀았는지, 발리에서 생긴 일을 찍고 왔는지 확인할 바가 없기에 더욱 더 의심이 가는 한 달이었겠지만, 이제 고백합니다. 저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래 글은 여러 안티 세력들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무마시켜보고자 적어 본 인도네시아 활동기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인도네시아, 너는 누구니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끊임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나라. 인구의 5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나라. 가끔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의해 테러가 일어나는 나라. 인도네시아의 한 단면이다. 실제로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수도)에 가보면 수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난개발로 인한 공해가 거리를 시커멓게 만들고 있으며, 치안 상태도 좋지 않아서 해가 지고 나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조차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3분이면 나올 음식이 10분이 되도록 나오지 않는다든가, 도로 사정이 척박하고 공공 교통수단이 열악해 출근길이 2시간 이상 소요될 때, 나 역시 이 나라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단면을 보자. 인구의 80% 이상이 이슬람 교도이지만, 타 문화나 종교에 대해서 대단히 ...

발행일 2006.08.18.

스토리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이...

우리 경실련에서는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가 권장 휴가기간이다.그래서 그 기간 중 사무실은 다소 한산하다. 하지만, 비만 오면 물이 새는 경실련 건물은 한산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며칠 째 우리 사무처 모처장님은 옥상 방수 공사를 직접 하느라 분주하고, 조금 지쳐 보이기도 한다. 어렵사리 우리 건물을 장만하여 이사한지 2년 6개월여 쯤 되었다. 새 건물인데도 여기저기 비가 새는 것은 싸게 빨리 지으려다 그런 것인지, 건축업자의 양심불량 탓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벌써 한 달여 동안 계속된 장마에 건물 바닥이 들뜨고 벽 곳곳은 축축하게 젖어 있다. 급기야 오늘은 물이 떨어지는 계단에 놓아둔 신문더미 한 부분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처구니없는 마음에 정말 낙숫물이 댓돌을 뚫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오버스런 생각마저 떠오르는 날이다. 하여간 오늘부터는 우리 연구소 간사 둘이 휴가를 가서, 홀로 부서를 지키게 될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더욱 한산하고 어떤 면으로는 좀 편할 것 같기도 하다. 권장 휴가 기간이 2주 간이고, 각 개인 당 허락되는 휴가는 1주일이므로, 예를 들어 7월 마지막 주에 쉬는 사람과 8월 첫 주에 쉬는 사람은 2주 동안 못 보게 되는 셈이다. 평간사 시절엔 이러한 이유로 어떻게든 부서장과 다른 주에 휴가를 잡으려고 했었는데, 어느 정도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부서 간사들하고 다른 주에 휴가를 가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눈치 보고 간섭할 사람이 없어 편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이러니하다. 다 아는 얘기지만, 선배가 되고 책임과 권한이 조금 더 주어질수록 후배들 대하기가 무척 신경 쓰이고 어려워진다. 평간사였을 때는 선배한테 대들고, 말 안 듣고, 이런 저런 것은 닮지 말아야지 하고 참 편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선배라는 입장이 되니 대들고 말 안 듣는 걸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고, 닮지 말아야 겠다 생각했던 것들...

발행일 200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