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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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베이루트 GCAP 총회 참가기 (김혜경)

김혜경 경실련 국제위원장(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정책위원) 그동안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시민사회연감을 만들 때만해도 '국제연대'라는 분야에 '국제개발협력'을 포함시키는 정도의 관심을 보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2004년 쓰나미가 인도양 인근국가들을 휩쓸고 간 후에 몰려간 한국의 개발NGO들의 활동을 통해 빈곤퇴치를 위해 활동하는 NGO들의 활동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빈곤퇴치와 같은 지구적 과제에 대해 정책적인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은 그리 많지 않다.   MDG소홀 한국 각성해야...지구 지속가능발전 모색에 전력을 새 천년을 맞으면서 유엔 회원국 모두가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밀레니엄개발목표(MDG)를 채택하고 달성을 위한 노력이 나날이 증가했지만,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가 결성되기 전까지 불과 몇 단체만이 MDG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개도국과 선진국 어느 한쪽에 속하기 애매한 우리나라는 MDG 달성노력을 보고하는 국가보고서를 60차 유엔총회가 시작되는 작년 9월까지도 제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도 유엔홈페이지에서 한국의 MDG보고서를 찾을 수가 없다. 이는 태국이 자국의 발전상을 담은 보고서뿐만 아니라 가난한 나라를 돕는 노력을 담은 MDG목표8 보고서까지 유엔에 제출한 것과 대조된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사는 11억의 빈곤층, 글을 읽지 못하는 8억6천명, 안전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는 14억 명. 우리의 귀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동안 급성장한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제는 지구가 당면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물질적인 도움뿐만이 아니라, 지구촌 빈곤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때이다.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GCAP 총회”가 ...

발행일 2006.04.01.

스토리
올해의 작은 실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한번 쯤 세워보는 것이 있죠? 한 해의 계획이나 목표. 일 년이란 인생의 한 단위를 좀 더 의미있고 알차게 살 수 있는 한 해의 비전을 세우는 것이 바로 한 해의 목표나 계획이 아닐까 합니다. 제 올해 목표는 생각하고 있는 일을 “실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의 잡다한 여러 가지 생각 중에 제 올해 목표를 실행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하고 얕잡아 보인 것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과 사무실에서도 음식물을 분리해서 배출하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올해의 제 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 음식물은 분리해서 배출하자! 우선 “사무실에서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고?” 라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해서 잠시 설명을 드리면, 다른 시민단체들도 그렇지만 경실련은 교수 및 전문가 분들이 정책위원이나 상집위원 또는 중앙위원으로 경실련활동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본업으로도 많이 바쁘신 분들이기에 식사를 하며 회의를 하는 것이 정례화 되어 있지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대부분 도시락을 주문해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 후에 발생하는 잔반과 일회용품들이 늘 처치곤란입니다. 잔반과 일회용품은 분리해서 배출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고백하건데 시민운동가라고 해서 늘 모든 일을 正式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더 중요해 보이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기에 이 사소한 분리배출은 늘 대충대충 처리하여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와 흡사한 문제가 일회용 컵입니다. 개인용 컵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닦기 귀찮기에 책상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는 컵을 뒤로하고 늘 편한 일회용 컵을 써 왔지요. 회의 시에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져야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니 '실천'을 해야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우습게 보였던 일들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무척 어려웠습니다. 우선 제 스스로가 일회용 컵을 멀리하는 데만도 며칠이 걸렸고, 이후 일회용 컵을 ...

발행일 2006.03.29.

스토리
머리를 굴릴까, 쥐어짤까?

시민입법국이 사고 부서가 되는 바람에 나의 주 업무도 갈등해소센터에서 지방선거대응으로 바뀌었다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경실련은 지난 3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선거 유권자 운동본부를 발족시키는 동시에 2002년 지방선거 당시 현 광역단체장들이 내세웠던 공약 중 문제 있는 공약을 헛공약으로 선정, 발표하였다. 정책선거 유권자 운동본부는 ‘5.31 희망제안’(http://go531.ccej.or.kr) 홈페이지를 개설해 유권자로부터 공약제안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맡은 업무는 첫째, 헛공약을 검색, 정리한 뒤 해당 지자체에 확인 하는 일. 둘째, 5.31희망제안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개발, 작성하는 일. 셋째, 서울시 정책과제 초안을 작성하는 일. 넷째,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검색, 정리하는 일. 다섯째,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를 기획하는 일 등이다. 경실련에서 일한지 채 석 달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상근자들의 들고 남이 빈번한 것일까? 먼저 들어온 상근자들이 경험한 어려웠던 예전보다는 지금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과거를 모르는 나에게 현재는 ‘어려웠던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그 어려움은 특정할 수 있는 누구의 책임이 아닌 동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신입간사 인터뷰 당시 생각을 억지로 분리시키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활동가로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런데 나아가 생각을 현실화 시켜나가는 방식의 시민운동은 결코 행복하지 만은 않다. 나의 생각이라는 것이(물론 내 생각을 그대로 관철시키는 일을 한다고는 할 수 없다)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는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고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목표는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음을 무력하게 보고만 있는 자신을 감내해야 한다. 나는 대학 졸업 후 경실련에 들어오기 전에 소위 ‘사회생활’을 경험한 적이 없다. 연수를 받으면서 잠...

발행일 2006.03.23.

칼럼
판교에 투기판 만들어놓고 투기 조사하겠다고?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 - 2006년 집값 폭등,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 투기세력은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 강남, 분당 등은 면적으로는 2%라지만 가격으론 40~50%다. - 판교를 투기판으로 만든 건 바로 정부다. - 판교 임대아파트는 국민 혈세 낭비되는 ‘무늬만 임대아파트’다. - 1100만 원 판교분양가 실제원가는 평당 500만 원에 불과하다. 매년 반복되는 판교발 집값 폭등 2006년 3월 대한민국은 또다시 부동산가격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이 광풍은 판교 주변인 분양, 용인과 강남 지역의 아파트값을 1억 이상 폭등시키고 있다. 연간 소득이 평균 3000~4000만 원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러한 소식에 울화가 치밀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집 있는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불과 몇 주 만에 1억 이상이 뛰고 있는데 혹시 판 다음에 급등하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에서는 온통 부동산 이야기뿐이다. 벌써 이런 상황이 3~4년을 흐르고 있다. 어째서 매년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인가.  8.31대책은 개발업자에게 준 선물보따리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3년 동안 전쟁을 해서라도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수십 차례 약속했다. 지난해 6월에는 참여정부 최고위층이 매주 모여 8.31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책의 핵심 내용은 결국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없었다. 대신 송파, 김포 신도시와 같이 개발업자를 위한 선물 보따리는 잔뜩 풀어놓았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보유세 강화도 실은 애초 목표인 실효세율 1%를 포기한 것이다. 그나마 소비자를 위해 마련했다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도 생색만 냈을 뿐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8.31대책 실패는 이미 예견됐던 일  하지만 이미 8.31대책의 실패는 이...

발행일 2006.03.23.

스토리
빛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서

'觀國之光,利用賓于王' 중국 주(周)나라시대 역경(易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관광(觀光)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그 뜻은 ‘나라의 빛을 본다’는 뜻이다. 즉, 관광이란 아름다운 빛을 보기 위한 이동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관광’ 대신, ‘기행’이나 ‘답사’ 등의 용어를 즐겨 쓴다. ‘관광’은 언제부턴가 춤추는 전세버스로 대변되었고, 이런 현실에서 사뭇 진지한 개념을 찾으려는 자구책의 결과다. 이제 ‘관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선생은 “빛을 보기 위해선 어두운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밝은 곳에선 빛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며, 어두운 자리로의 여행이 생략된 관광은 지루한 관성의 확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광’은 철학적으로는 ‘낯선 것’을, 미학적으로 ‘어둠’을 찾아나서는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금강산’에 다녀왔다.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빛을 보기 위해 떠난 가슴 설레는 관광이었다. 이미 2004년 1월에 금강산을 다녀왔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 관광은 좀더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통일운동의 현장에서 뛰는 상근활동가로서 단순히 휴전선을 넘는다는 의미 이상을 스스로 강요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관광은 감성적일 수밖에 없고, 빛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무리하게 빛을 찾아 헤매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결론은 ‘즐기자’는데 이르렀다. 결국 통일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집착하지 않고,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즐길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금강산으로 향하던 길. 화창하던 날씨는 진부령을 넘을 즈음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금강산 관광을 즐기지 못하는 게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스물스물 기어나 올 쯤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3월 15일 준공식을 앞둔 남북출입사무소는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이전에 임시로 마련해둔 출입사무소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발행일 2006.03.17.

칼럼
정당투표 안해야 헛공약 막는다 (임승빈)

임승빈 경실련 5·31 정책선거 유권자운동본부 운영위원장(명지대 행정학) 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에서는 지난 2002년에 당선된 16개 시·도 현역 자지단체장들 및 234개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약 중 헛공약된 내용을 최근 분석했다. 지방자치에 역행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다. 즉 1)주민을 자극하여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공약 2)자치단체 예산 규모와 맞지 않는 과다한 행정서비스 제공의 선심성 공약 3)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각종 개발공약 4)무계획적이며 무분별한 각종 대회 설립 공약 5)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각종 민간자본 유치 공약 6)정부가 이미 발표한 정책이나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자신의 정책으로 포장한 공약 7)중앙정부 권한을 자치단체 권한인 것처럼 발표한 공약 등 7대 유형이다. 지방선거만이 아니다. 대선이나 총선 역시 때마다 되풀이되는 헛공약들이 왜 근절되지 못하고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크다. 선거가 지역주의와 중앙 정치 중심의 낡은 선거문화에 기인하고 있음을 유권자들이 알면서도 여전히 정책이 아닌 당 중심으로 투표행위를 하는 한 입후보자들의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헛공약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민선 3기 단체장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가운데 눈에 띄었던 점은 제2기(1998∼2002년)의 외환위기 극복 이후라는 특수상황도 있었지만 재정긴축, 행정개혁 등의 공약보다는 재정확충 및 지가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민들에게 주는 지역개발공약들이 이전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헛공약이 지난 2∼3년 동안 발생한 전국의 토지 투기장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제 4기인 이번 선거에서도 헛공약은 이어지리라고 예상된다. 헛공약의 폐해는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헛공약은 지자체의 예산낭비를 가져와 결국은 주민들의 부채로 남게 된다. 특히 다가올 5·31 지방선거는 지방의원 유급제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확대 등 개정된 선거법으로 인해 공천과정의 ...

발행일 2006.03.10.

스토리
성장과 분배 둘 다 하면 안 되겠니?

얼마전 한 언론사에서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자본주의' 설문지를 보내왔다.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색한 상황이지만, 여하튼 경제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관계로 설문에 참여하게 되었다. 설문은 처음부터 무척 난해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당황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자본론>의 두께가 베개로 써도 좋을 정도라는 것은 본 적이 있기에 자본주의는 그 어려운 복합적인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그 핵심이라…. 다행히 객관식으로 여러 항목이 나열되어 있기는 했다. 기타를 포함해 ①시장 경쟁을 통한 지속 성장 ②사적 소유권 보장 ③정부 계획과 통제 ④부의 평등 분배 ⑤창의적 기업가 정신 ⑥투철한 근로 의식과 같은 6개 항목이 그것이다. 그런데 완벽한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하나를 선택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웠다. 사실 그 항목들은 모두 건강한 자본주의를 이루기 위한 핵심이 아니었던가? '투철한 근로 의식'과 같이 단어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소 이해 안 되는 항목이 있기도 했지만, 이들 모두는 자본주의가 불안한 궤도를 그리지 않고 이른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하나하나 모두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였다. 난감해서, 그냥 복수 응답을 했다. 설문을 부탁한 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설문을 요구했던 이가 바라던 결과를 교란시키는 행동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솔직해야 한다는 마음에 복수 응답을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고 다음 질문 역시 하나나 두 개를 선택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시장경제가 경제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답변 항목으로는 기타를 포함해 ①시장 경제 질서 확립 ②성장 동력 발굴 지원 ③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규정 확립 ④사회 안전망 구축 등 5개 항목이 있었다. 다시 한 번 곤란해졌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이 5개 항목도 모두 '시장경제'가 '경제발전의 원동력 역할...

발행일 2006.03.07.

스토리
"사필귀정이란 말 아직 믿어요?"

경실련에 들어온 지 몇달 지났을까. 한 정책위원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확신에 찬 "네" 라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의외라는 듯 신문지상의 무수한 사건들을 예로 드시며 흥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그 말을 믿겠냐는 듯. '그런 믿음이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당시 저의 생각은 그러했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오히려 제가 더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같은 질문을 지금 받는다면 "그건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모든 것은 정도에 따라, 척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놀라면서도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있어 가치판단의 기준이 그것이 효용성이 있든 없든, 더이상 옳고 그름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요즘 사람들의 가치판단 기준은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인 것 같습니다. 나에게 이득이 되면 선이고, 이득이 되지 않으면 악이라는 논리는 다시 말해 돈이 되면 선이고, 돈이 되지 않으면 악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부동산투기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자신의 투기행위가 집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가질 기회를 박탈한다는 걸 그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또 주식투기꾼들은 본인들이 얻는 막대한 차익이 개미투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의 결정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사실 어느 시대에나 순박한 서민을 울리는 악인은 있지만 문제는 그러한 판단기준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넓고 깊게 퍼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가치판단의 기준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재테크책이나 절세정보를 알려주는 신문기사에서도 돈버는 만큼 세금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옳고 그름을 강조하면 낡은 사고방식이라 치부하고 그렇게 살면 돈을 많이 벌 수 없다고도 합니다. 요즘 세상에 너무 착하면 손해본다고 어른들...

발행일 200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