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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사포커스] 의대정원 확대로 드러난 왜곡된 의료정책 변천사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시사포커스(1)] 의대정원 확대로 드러난  왜곡된 의료정책 변천사 가민석 사회정책팀 간사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확대, 정부 발표 이후 온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전공의를 필두로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났고, 최근에는 제자들을 지키겠다며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을 알렸다. 이로 인해 환자 고통과 국민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려고 하면 의사들은 거리로 나온다. 기득권이 구성원 확대를 막는 전례는 수없이 많고 상식적으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용납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의료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고 현재 의사 수 확대는 양보할 정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실련에서 10년 넘게 지적하고 해결하려는 우리나라 의료문제 핵심은 필수·공공의료 공백과 지역 의료 격차다.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가졌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극심한 나라에서 마땅히 발생하는 문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감염병 환자를 수용할 공공인프라가 부족해 환자가 사망하면서 온 국민이 경험했다. 응급실 뺑뺑이, 수도권 원정진료, 유령간호사의 불법의료 같은 사건사고가 연일 터져 나올 때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의료 자체가 공익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나 시장실패가 일어나 위기가 심각한 영역에는 공익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의대정원 확대  의료위기가 발생하는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기과와 기피과, 수도권과 의료취약지 간 격차도 극심하지만 기본적인 총량 자체가 부족하다. OECD 자료를 통해 국제 간 비교를 해보면 실제 우리나라 의사 수는 회원국 중 꼴찌다. 이외에도 국내 의료수요에 따른 필요인력 추계, 공공의료기관의 최소배치기준 대비 부족한 의사 수 등 수많은 자료가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더 배출하는 것이 정책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수와 관련해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은 사실상 의대정원 조정, ...

발행일 2024.04.01.

칼럼
[시사포커스] 5대 재벌 부동산 보유 현황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시사포커스(2)] 5대 재벌 부동산 보유 현황 오세형 경제정책팀 부장  곳곳에서 대한민국호의 앞날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커지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선장’의 문제를 넘어서, 벌써 성장동력을 잃고 한 국가의 전성기를 지나 시나브로 가라앉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근본적 우려가 자주 그리고 크게 들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인데, 경실련은 그 방안으로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주장해 왔다.  경제양극화, 산업양극화, 자산양극화의 요인 중 하나는 재벌에의 경제력집중이며, 이의 해결없이는 혁신경제로의 이행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과거 정부주도 재벌중심의 개발경제가 그 한계에 부딪혔기에 확실한 변화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재벌들은 자금력을 이용하여 M&A, 토지자산 증식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만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정리하여, 5대 재벌 경제력 집중 및 부동산 자산실태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방증자료로라도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상기시키고자 한다. 1. 5대 재벌 자산총액과 매출의 비중 추이  자산총액이나 매출은 기업의 중요한 재무 지표이다. 개별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효율성과 성장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재벌기업의 경우 자산총액이나 매출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규모와 비교하여 경제력 집중 정도를 유추해 볼 수 있기도 하다.  2007년 5대 재벌 자산총액은 350.2조에서 2022년 1324.8조으로 늘어났다. 규모는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고, GDP대비 비율은 32%에서 61%까지 높아졌다. 2007년 5대 재벌 매출총액은 395.8조에서 2022년 973.6조으로 늘어났고 GDP대비 비율은 36%에서 45%까지 상승했다. 2. 5대 재벌 토지자산 장부가액 보유현황  유형...

발행일 2024.04.01.

칼럼
[시사포커스]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사회공동체 회복의 길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시사포커스(3)]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사회공동체 회복의 길 김경민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처장    안산경실련 사무국장 재직 시절이었던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하필 나는 독감으로 정신이 혼미했던 상태였는데 당시 TV방송으로 나왔던 세월호 침몰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 뉴스를 보았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 기억을 한동안 안고 살았을 것이다. 안산은 한 다리만 건너면 직간접적으로 아는 희생자(당시 실종자)가 있는 터라 충격이 컸고, 안산시민들은 참사 당일부터 단원고에 모여 실종자 귀환을 기원하는 촛불모임을 시작했다. 이후 안산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대책위를 꾸려 진상규명 촉구활동을 시작했다.  피해자들과 국민의 처절한 요구 속에서 어렵사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회 합의가 이뤄졌고, 참사의 진상규명은 법에 의해 국가가 시행하는 방향이 결정되어가던 시기인 2014년 말경 안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 회복의 의제를 고민하였다. 그 결과 ‘안산시민 1,000인 대토론회’를 2015년 2월에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학생, 주부, 노동자, 공무원, 자영업자, 기업인, 전문직 종사자, 시민사회단체, 참사 피해자 등 875명의 안산시민이 참가했으며, 참가자들은 4·16참사 이후 가장 힘든 점, 세월호참사가 심리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회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논의했다. 당시 대토론회에서 나왔던 진상규명, 마을공동체회복 등의 의제들은 이후 2015년 10월에 2차 토론회를 통해 시민 실천과제를 도출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나는 안산시민대책위의 대외협력담당으로 주로 언론대응과 성명서 발표의 업무를 담당했고, 안산시민 대토론회 준비위원회의 실무총괄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참사 발생 지역이 아님에도 다수 희생자를 안게 된 안산지역의 피해회복을 고민했고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피해지원점검과 조사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1기 특조위는 ...

발행일 2024.04.01.

칼럼
[시사포커스] 윤석열 정부, 재건축 규제완화 이대로 괜찮은가?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시사포커스(4)] 윤석열 정부, 재건축 규제완화 이대로 괜찮은가?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지난 2년간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규제완화이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정부의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가 국민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정리해 평가하며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발제를 맡은 황지욱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지난 2년간 발표된 5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 문제점, 대안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 부족을 근거로 서울 50만호, 수도권 158만호 등 270만 가구 공급을 민간 중심으로 달성하겠다는 ‘2022년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 대해 직주근접을 기반으로 주거입지와 규모를 분석하지 않은 채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물량공세를 강화하면 이는 수도권의 인구집중과 비수도권의 지방쇠퇴 심화 그리고 국토 불균형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9월에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에 대해서도 혜택의 대상이 대도시의 주택소유자만이 대상이 되는 부자감세 성격이 강할 뿐이라고 지적하며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고금리 유지 같은 거시적 금융변수에 좌우되는 것이므로 현시점에 대비해야 할 사항은 저금리 등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질 때 빈번하게 발생해 온 ‘무분별한 수도권과 대도시발 주택가격 폭등’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예견하여 미리미리 지방의 지역거점을 발굴하고 키우는 가운데 분산적 도시개발 정책을 실행해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토론자인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

발행일 2024.04.01.

스토리
[현장스케치] 경실련 제18기 1차 중앙위원회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현장스케치] 경실련 제18기 1차 중앙위원회 - 전국경실련 「대전선언」 발표 - 박지훈 기획연대팀 간사    경실련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논의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경실련 ‘중앙위원회’입니다. 경실련은 지난 2월 23일(금) 제18기 2차 중앙위원회(의장 채원호)를 대전광역시 효문화마을에서 개최했습니다.  중앙위원회는 오후 정책협의회(지역별 2023년 사업 보고 및 2024년 사업계획 발표)와 저녁 중앙위원회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중앙경실련은 박경준 정책위원장의 주도로 2023년 사업 보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지역경실련은 인천·경기지역 유병욱 광명경실련 정책실장을 시작으로 대전·강원·충청지역 전오진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 광주·전라·제주지역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대구·부산·경상지역 배동주 거제경실련 사무국장께서 2023년 지역별 사업 보고를 해주셨습니다.  사업 보고와 함께 추진된 전체 토의 시간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문제와 시민사회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중앙경실련 재정세제위원회 위원장이신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께서 빈부격차와 조세 정의에 대한 경실련의 방향성을 얘기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과제’을 주제로 지역 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 발표해주셨습니다.  중앙위원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전국경실련 대전 선언 발표가 있었습니다. 전국경실련 대전선언은 “기득권 국회, 민생 없는 국회를 유권자의 힘으로 바꾸자!”라는 다짐을 중심으로 정당 투표 시 위성정당에 대한 적극 심판 촉구,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헌 정책을 약속하는 정당에 대한 투표촉구, 민생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촉구,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가 아닌 무분별한 공약을 내놓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전국경실련이 대전 선언을 마무리하고 제18기 1차 중앙위원회를 시...

발행일 2024.04.01.

칼럼
[전문가칼럼] 후보, 권력, 국회의원의 정의 - 선거의 꿈인가?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전문가칼럼] 후보, 권력, 국회의원의 정의 - 선거의 꿈인가?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앞으로 4년간 우리 지역의 삶을 결정지을 국회의원을 잘 결정해야 한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확신이 잘 안 선다면, 결정의 기준에 대해 한 번 곰곰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보다 민주주의 제도가 앞서 확립되었던 유럽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면 말이다.  ‘후보’라는 말은 영어로 candidate인데, 이 말은 라틴어의 candidatus에서 온 것으로 ‘흰색 옷을 입은’이라는 뜻이다. 공직에 지망하는 사람들을 ‘흰 옷을 입은 사람’으로 지칭했다는 뜻인데, 흰 옷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토가(toga)라는 길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다녔는데, 요즘 대학의 졸업식 때 학생들이 학위를 수여받을 때 입는 옷의 원조이다.  candidate와 어원을 같이하는 단어로 candle(촛불)을 들 수 있는데, 촛불이 빛을 내는 물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빛을 흰색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요컨대 candidate과 candle 모두가 ‘빛’을 뜻하는 라틴어 candela(칸델라)에서 온 말인데, 칸델라는 빛의 세기, 즉 광도(光度)의 단위로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일단 후보들은 당선이 되면 엄청난 권력을 얻는다. 힘, 특히 정치적인 힘을 power(파워)라고 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힘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power는 앵글로 프랑스어(Anglo-French, 영국의 노르만 왕조에서 사용한 프랑스 말)인 pouair(푸에르)에서 온 말로 고대 프랑스어(Old French) povoir(포부아르)로부터 기원한 것인데, 그 뜻은 ‘능력’이었다. 그러니까 능력이 있으니까 권력을 가질만 하다는 것이다. 능력을 뜻하는 povoir는 현대 프랑스어의 동사 pouvoir(푸부...

발행일 2024.04.01.

스토리
[윤서기-행] 피어난 섬진강

[월간경실련 3,4월호][윤서기-행] 피어난 섬진강 최윤석 회원    잎샘이 채 가시지 않은 3월 초순, 먼저 온 봄을 만나러 섬진강에 갔다. 얼마 안 가 전국 팔도를 들뜨게 할 수많은 꽃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곳으로. 불과 그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에는 대설이 내렸었다. 그런 와중에 봄꽃이 가당키나 한가? 헛걸음하는 건 아닐까? 미심쩍은 마음으로 호남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러나 기우였다. 피어났다. 잊혀지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긴 겨울을 뚫고 흐드러지게 핀 꽃숭어리들이 강촌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요즘 유독 그 ‘피어나다’라는 동사에 시선이 머무는 적이 많았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모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이름이 ‘피어나’이기도(도독(?)) 하거니와, 뉴스를 보다 모 정당 대표의 배경으로 ‘봄이 되면 국민의 삶이 피어납니다’라는 슬로건에 눈길이 간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즐겨 보는 무협지 속 주인공의 대사 때문이었다. “화산의 검은 매화를 흉내 내지 않는다. 화산의 검은 매화를 피워 낸다. ‘매화’가 아니다. 바로 ‘피어남’이다.”  절치부심하며 과거의 영화를 되찾은 주인공이 그 시점에서 내뱉은, 그리 유별나지 않은 이 말 이후 꽃이 유난해 보이기 시작했다. 시절이 하 수상한 마당에 한 가로이 꽃구경을 떠난 까닭이 바로 그것이렷다. 광양 도사리 매화마을  보통 ‘광양’ 하면 제철소나 산업부두를 떠올리기 쉽지만 매화마을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하동을 마주하며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 마침 저쪽이 ‘하동(河東)’이니 맞은편인 이쪽이 ‘하서(河西)’쯤 되겠다. 뒤로는 쫓비산이 든든하게 받치고 정상에서 갈라져 나온 산자락들이 마을을 끌어안은 형세다. 매화는 그 품 안에서 자란다. 사람의 힘으로 만든, 일종의 과수농원으로, 가장 큰 홍쌍리 청매실 농원을 비롯해 수 개의 농원이 합심하여 마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일대에서 ‘광양매화축제’가 진행되고 있었고, 방문한 날은 그 첫 주말이었다. 전날 반주(飯酒)도 참아가며 아침 ...

발행일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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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돋다] SF는 핑계고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BOOK돋다] SF는 핑계고 - <천 개의 파랑>, 그리고 <나인> - 이성윤 회원미디어팀 팀장  여러분은 SF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우주를 누비는 우주선이나 외계인, 시공간을 넘나드는 웜홀이나 타임머신, 혹은 기계가 점령해버린 인류의 모습 같은 것이 생각날 텐데요. 이러한 장면이 담긴 SF소설, SF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입니다. 그런데 SF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해외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소설들을 이야기할 겁니다. 예를 들면 <매트릭스>나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러면 ‘우리나라의 SF 소설이나 영화가 없는 걸까’하고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영화들도 있었고, 오래된 애니메이션인 <2020 우주의 원더키디> 같은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SF하면 단번에 떠올릴 만한 작품은 딱히 없었고, 흥행을 보장하는 주류의 장르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점에 가면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SF소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SF장르의 대표적인 작가인 천선란 작가의 소설 두 권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인간보다 인간 같은, <천 개의 파랑>  먼저 소개할 책은 <천 개의 파랑>입니다. 경마를 위해 만들어진 기수 휴머노이드 ‘C-27’,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말 ‘투데이’는 마지막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둘 모두에게 마지막에 될 수 있는 한 번의 질주, 최후의 순간을 앞둔 ‘C-27’은 이 기적 같은 질주를 만들어 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C-27’, 훗날 콜리로 불리게 될 이 휴머노이드는 경마에 사용될 기수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제조과정의 실수로 학습 휴머노이드에게 들어가야 할 칩이 잘못 들어가게 되죠. 그래서 다른 기수 휴머노이드와 조금 달랐지만,...

발행일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