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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숭동 책방골목]농부의 따뜻한 마음이 들린다

  <나는 달걀 배달하는 농부> 김계수, 나무를심는사람들      현대인들은 달걀요리를 많이 먹는다. 새우젓으로 간을 한 달걀 찜, 김을 가운데 넣어 돌돌 말아놓은 달걀말이. 달걀에 우유를 넣어 몽글몽글 익혀 먹는 스크럼블 그리고 순두부찌개에 넣은 노른자가 살짝 덜 익은 달걀을 뜨거운 밥에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맛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만의 식문화가 아닐까? 이러한 계란이 어떤 생산과정을 거쳐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 주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리가 구입하는 상품인 달걀의 소중함과 생산과정의 복잡성, 그리고 물질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농부의 마음을 담고 있다. 글쓴이는 자신을 닭 백정이라 말하지만 이런 역설적 표현을 통해 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병아리 키우듯 아이를 키웠더라면’, ‘힘센 놈 기센 놈 애당초 약한 놈’ 등 소제목에서 글쓴이가 갖고 있는 생명에 대한 애정과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닭들에 대한 고마움이 물씬 느껴진다. 섬세하고 개성 있는 필치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그려내어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예리한 비판으로서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상업화 시대의 현실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적은 자본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려는 자본의 논리로 아마존 원주민들의 삶을 황폐화 시키는 정유회사 쉐브론텍사코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돈의 마술에 걸려 작은 쉐브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본문구절에서 글쓴이가 지닌 반자본주의적 기질과 인간중심적 사고가 명백하게 확인된다.  이 책의 또 한 축은 귀농(귀촌)이다. 많은 도시인들은 각박하고 파편화된 생활에서 벗어나 낭만적이고 정취 있는 농촌으로의 귀환을 상상하며 지긋이 미소를 짓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도저히 그런 생활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귀농의 기본 조건으로 자연에 대한 애정은 ...

발행일 2014.06.09.

칼럼
[경제기사 다시읽기] 300억 연봉, 떳떳하게 받으려면 ?

➂ 등기임원 연봉공개                                                                               지난 3월 31일, 재벌총수와 CEO들의 연봉이 일제히 공개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언론에서는 SK 최태원 회장이 약 3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나머지 재벌총수들과 전문경영인의 보수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연이어 직원들의 평균 임금과 비교한 자료들이 언급되면서 이과 관련된 기사와 사설들이 쏟아졌습니다. 오늘은 ①회사채와 CP의 차이, ②DTI와 LTV란?에 이어 세 번째로 논란이 되었던 등기임원 연봉 공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태원 회장, 작년 보수 300억대 '슈퍼연봉 왕' 등극   연합뉴스 2014.3.3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3/31/0200000000AKR20140331146800008.HTML?input=1195p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등기임원으로 있던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의 보수를 챙겨 '슈퍼 연봉왕'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보수를 회사에서 지급받은 '슈퍼 연봉' 경영인이 10명 안팎으로 파악됐다.    31일 재벌닷컴이 2013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등기이사(퇴직자·사외이사·감사 포함) 개인별 보수를 잠정 집계한 결과 10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고액 임원은 1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전체 기업인 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 SK C&C, SK하이닉스[000660] 등 4개 그룹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총 300억원 가량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12년에는 상여금을 받지 못했으나 해당 ...

발행일 2014.06.09.

칼럼
[문화산책]초연한 척 했던 나도 유죄 - 영화 ‘디태치먼트(Detachment)’를 보고

   디태치먼트. 제목마저 생소한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박범신 작가의 말마따나 ‘나도 유죄’이기 때문인가. 영화가 끝나는 순간, 아니 보는 내내 더욱 더 미안하고 또 미안해졌다. 내 마음과 같은지 한국포스터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우리의 아이들, 지금 괜찮은가요?” 디태치먼트의 사전적 의미는 분리, 초연, 무관심이다. 미국에서는 2011년에 개봉한 영화가 3년이 지나서야 우리의 곁으로 오게 된 것은 이 시기에 우리가 회피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인 듯 하다.    미국의 한 도시 외곽에 있는 고등학교에 헨리 바스(애드리언 브로디 분)가 부임한 다. 그는 한 달짜리 기간제 교사이다. 헨리는 교사 중 평가도 높고 실제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교육체계 안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그의 교실에는 ‘중2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만 가득하다. 비단 헨리의 교실 뿐 만이 아니라 모든 교실에서 ‘수업’은 사라졌다. 선생님이 무얼 하든 신경도 쓰지 않는 아이들. 한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히틀러를 찬양하는 영상을 틀어놓기도 한다.    영화 속 학생들은 혼돈 속에서 방황한다. 문제는 선생님들 역시 방황을 한다는 것이다. 상담교사는 매일 같이 찾아오는 아이들을 버거워한다. 모두가 능수능란하다고 인정하는 노(老)교사는 사실 약으로 버티며 견디고 있었다. 전직 교사였던 한 사람은 매일 교무실로 전화해 아이들을 해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의 고충을 적나라하게 배설한다. 선생님을 무시하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 학생을 퇴학시켰더니, 학부모가 찾아와 인종차별이라고 학교를 뒤집어 놓고선 선생님을 또 다시 무시하고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교육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괴감에 빠지게 된다. 교육체계의 붕괴, 성적제일주의, 팽배한 이기주의, 선생님의 자질 부족…. 어떤 것이...

발행일 2014.06.09.

스토리
[경실련 사람들]“지방재정, 주민 관심으로 바꿀 수 있다” 손희준 6.4지방선거 공약검증단장 인터뷰

    지난 4월 14일 경실련강당에서 ‘경실련 2014지방선거 유권자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공약검증단장으로 참석한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정책질의서를 발송할 예정이며, 공약분석 및 평가한 내용을 언론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우리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손희준 단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Q. 공약검증단장을 맡았다. 가장 중점적으로 검증할 사항은 무엇인가? A. 이번 선거는 민선 6기로 주민직선제가 이뤄진지 20여년이 됐다. 진정한 지방공약을 얼마나 개발했는지 검증하고, 공약 개혁성, 실천 가능성, 로드맵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경합이 치열한 광역단위 지역에 대한 공약 검증 내용은 한국일보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고, 공직선거법에 의해 점수화는 실행되지 않지만 후보자별 지표로 차별화시킬 예정이다.   Q. 2012년 대선 공약 중 제대로 실현되었다고 생각하는 공약은 무엇인가? A.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 10대 공약으로 내세운 것 중 제대로 실현되었다고 보이는 공약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무상보육에 관해서는 역설적으로 강한 실천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역균형발전 분야에서는 기관위임사무를 발굴,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바람직하게 평가하고 있다. 기존에 중앙정부가 이행하는 사무와 기능을 단순히 지방으로 위임하는 일에 중점을 뒀던 것과는 달리, 기관위임사무, 단체위임사무를 완전히 폐지하고 법정수탁사무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재정과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주목해야한다.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지방대학 육성, 권역별 발전계획 등은 아직 미진하다고 본다.   Q. 반대로 가장 문제가 되는 공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최근에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당연 국민안심프로젝트 공약이다. 사실 유구무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가재난처 신설 등이 ...

발행일 2014.06.09.

칼럼
[동숭동 칼럼]대통령의 국정운영 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과 분노, 자책으로 보낸 5월이었습니다. 어린 어린학생들 수 백명을 충분히 구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 내몬 처참한 상황은 비단 참사에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오늘을 사는 어른들 모두는 자기 책임인양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 말합니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당연히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근원을 철저히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대로 이번 참사는 선원들의 무책임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보다 근원은 운항하기 어려운 여객선을 운항하도록 만들어준 이른바 관피아들의 민간 해운사와의 유착비리를 통한 관리감독의 부실과 규제완화, 그리고 구조과정에서 보여준 공무원들의 무책임, 무사안일입니다.   수십년 동안 쌓인 적폐와도 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통령의 자세의 변화가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들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대통령의 국정운영 태도와 방식으로는 이러한 적폐청산은커녕 용두사미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해결도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공감능력 없는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됩니다. 대국민담화발표에서 뒤늦은 눈물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는 대통령의 진정성보다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참사 직후 보여준 대통령의 태도가 고인이 된 어린 학생과 피해 가족들의 슬픔에는 무감각한 채 일상적인 행정과정에서처럼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딱딱하고 권위적인 모습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참사직후 피해가족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하는 대통령을 보고 ‘공감능력이 없는 차가운 사람’이라는 평이 나돌겠습니까. 같은 여성지도자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정파를 떠나 국민들에게 왜 사랑을 받는지 반추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행일 2014.06.09.

칼럼
[도시人] 당신의 도시는 안녕하십니까?

  ▲<그림 1>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를 게을리 한 결과물인 성수대교 붕괴사건    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로 비탄에 잠겨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했다고 들떠 있었던 것이 엊그제인데,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그동 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가스폭발부터 최근 리조트 지붕붕괴 와 세월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사고는 매번 반복되고 있다. 이제 나라 전체가 근본적 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사고 공화국의 현주소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로 292명 사망, 1994년 한강 성수대교 붕괴로 32명 사망,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가스폭발로 101명 사망, 같은 해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사망,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190명 사망, 올해 2월 경주시 리조트 지붕붕괴로 10명 사망에 100명 부상. 그리고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이어지는 역사가 바로 사고 공화국 한국의 현주소이다. 전쟁도 아니고 테러도 아닌데 백주 대낮에 건물이 붕괴되고 다리가 끊어지고 여객선이 침몰하여 수 백명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매번 정부에서는안 전대책을 요란하게 내놓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사고의 교훈을 망각하고 대책을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점검하는 데 인색했다. 어디에서부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우리의 도시는 과연 안녕한 것일까?       ▲ <그림 2> 삼풍백화점 붕괴       삼불(三不)의 도시   1970년대부터 성장신화를 써내려간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 나가는 나라였다. 전쟁폐허를 딛고 일어서서 부지런하게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모범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인구 40만의 분당 신도시를 5년만에 뚝딱 건설한 나라. 아마 이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세계적인 기록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늘날...

발행일 2014.06.09.

칼럼
안전한 먹거리,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에게 묻다_김성훈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10년 후, 세월호보다 더 끔찍한 상황 나타날지도 몰라" [친환경무상급식, 어디까지 왔나④] 안전한 먹거리,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에게 묻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 4년 만에 먹거리 싸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차별 없는 밥상 앞에 행복한 아이들을 놓고 정치급식 운운하는 정치권들. 오마이뉴스는 "급식정치 그만, 친환경무상급식을 부탁해"라는 주제로 희망먹거리네트워크와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편집자말]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보여준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늘상 듣고, 또 하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학교급식' 이야기만 나오면 '안전한 먹거리'가 문제가 될까? 6·4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친환경무상급식을 놓고 또 한 번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먹이는 안전한 먹거리, 친환경급식에 대해, '진보급식'이라는 등 비난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위험은 따로 있었다. 건강한 밥상에 대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걸까. 지난 1998년 11월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한 유기농업의 대부,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을 5월 21일,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GAP가 우수농산물? 전혀 아니다" - 온갖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일까요? "식원병(食源病)이라는 말이 있어요. 먹는 식품에 근원을 둔 질병이란 말이에요.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보여 준다'는 말도 있죠. 맥거번 리포트에 따르면, 비만·당뇨·대머리 현상·심혈관 병 그리고 미국 어린이들의 성인병에 의한 의료비 지출 증가는 세계 최악의 수준입니다.  지나친 육식문화 및 패스트푸드, 정크푸드와 화학첨가물 등 나쁜 식재료와 가공음료 때문이라고 주장해요. 거기에 최근 부쩍 소비가 늘어난 괴물식품 유전자조작 GMO 위험 문제가 있어요. 올바른 식품소비는 낭비적 비용 지출이 아니라, 건강에 대한 ...

발행일 2014.06.03.

칼럼
하나가 된다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_정두호 동국대 북한학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 -경실련통일협회 통일이념 토론회를 보고-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정 두 호 내년이면 한반도는 70년의 긴 분단 역사를 가진다. 70년 동안 정말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통일논의를 얘기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금의 남한과 북한을 돌아보자. 아랫동네는 먼 독일까지 가서 한쪽을 흡수하겠다는 말만 하고 돌아왔고 윗동네에서는 장난감 비행기를 날리며 아랫동네를 훔쳐보았다. 어디 그뿐이랴. 북핵 문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금강산과 개성은 여전히 꽉 막혀있다. 분단 이후 최대 위기상황이라 표현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통일논의는 사라진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통일논의들은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가. 우리가 했던 논의들의 저변에는 ‘민족’이라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 깔려있다. 그리고 이러한 민족주의는 지금도 현재진행중이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인종을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연합이라는 2체제 1국가 수준의 통일로도 그들은 만족한다. 평화체제만 한반도에 존재하면 무리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을 같은 민족인가 아닌가에 상관없이 단순한 인접국가로 여기는 것에 기인한다. 한편 민족주의가 동일한 민족 내에서 나타나는 특수주의 이념이라면 그의 반대말은 보편주의일 것이다. 서보혁에 따르면 보편주의 통일론은 인류의 보편가치를 한반도 전역에 달성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인권, 민주주의, 평화와 같은 가치를 통일에 녹여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용이하다. 하지만 보편주의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위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언급한 것들이 모두 가볍게 여겨질 수 없는 가치들이다. 따라서 보편주의 통일론은 방법론적 측면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념이다. 당연하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 모여 있는 이념이기 ...

발행일 201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