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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미망(迷妄)_김성훈 경실련통일협회 고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미망(迷妄)   김 성 훈 경실련통일협회 고문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용어에 축약되어 있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한 공동발전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비무장지대(DMZ) 안에 세계 생태·평화 공원을 짓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 3000'을 생각나게 한다.   그 결과인지 원인인지 알 수 없지만, 박 정부 들어 개성공단이 165일간 폐쇄되었고, 남북 이산가족 만남이 며칠 앞두고 취소되었으며, 금강산 평화관광 재개의 희망 역시 좌절되었다. 제각기 자기 구역 안에 DMZ 평화공원을 유치하겠다고 경쟁을 벌이던 경기도와 강원도 간의 물밑경쟁도 머쓱해졌다.   그런가 하면, 57개 대북협력 민간단체들의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기초 영양·식량지원과 대북 수해지원 계획은 통일부가 승인하지 않았다.   인도주의가 상호신뢰 형성 기본   북한에 산모용 필수 의약품과 의료소모품을 보낸 후, 그 전달여부와 사용처, 향후 지원 방향을 협의할 계획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인명진 목사, 영담 스님 등 지도자들의 방북 신청마저 불허되었다. 도대체 말로만 '신뢰' 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면야 모르겠지만 백 마디가 불여일선(不如一善)이 아니던가. 수많은 세월 켜켜이 쌓여 온 남북간의 오해와 갈등 불신을 풀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고 서로 돕되 가장 시급한 배고픔과 굶주림 문제부터 도와주려는 인도주의적 자세가 기본이다.   처음부터 정부당국이 전면에 나서기가 곤란하면 인도주의적인 민간끼리의 교류와 협력을 선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비정치적인 이산가족 상봉이라든지 문화, 예술, 체육, 과학, 사회, 경제 협력문제부터 시작하여 종국적으로는 정부 간의 정치, 군사, 핵, 평화통일 문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보편적인 평화 프로세스...

발행일 2013.10.16.

스토리
[릴레이인터뷰]“준비된 활동가” 정택수 사회정책팀 수습간사를 만나다

“준비된 활동가” 정택수 사회정책팀 수습간사를 만나다   살짝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서로 눈 맞출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정택수 “수습”간사를 만났다. 유아적 편 가르기는 아니지만 사무국내 책상의 위치가 가깝다는 친근함 속에 인터뷰를 함께했다. 점심도 함께 먹고 해서 이제는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좋은 기회였다. 새로움과 풋풋함을 발산하는 정택수 간사와의 인터뷰, 즐겁고 유쾌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Q. 과거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알려주시지요. A. 학부시절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도 전공 관련 질문을 받으면 다소 꺼려지기도 하는데, 왜 그런 반응 있잖아요. “아! 철학 전공하셨구나~”라는 반응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졸업 즈음 NGO단체로 취업을 결정하고 보건의료관련 단체에서 3년 정도 일했어요. 운동단체 아닌 구호단체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캄보디아, 미얀마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좋은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성공회대 NGO 대학원을 졸업하기도 했고요.   Q. 왜 경실련을 선택했나요? A.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시민단체의 장단점을 체득하다보니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떨어질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잘 봐주신 덕분에 이렇게 함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Q. 경실련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A. 처음 입사한 날 환영회 덕분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제 한 달 남짓 지내면서 경실련이 참 화목하고 결속력이 높은 곳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해서 경실련 활동을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고요.^^   Q. 태어난 곳은 서울, 자란 곳이 강원도 삼척인데 고향은 어디라고 생각해요? 고향이 주는 특별함이 있나요? A. 삼척에서 오랜 기간 살기는 했지만, 어렸을 ...

발행일 2013.10.16.

스토리
[신입회원의 밤 후기] 가을문턱에서의 설렜던 만남

2013.10.1 신입회원의 밤 후기 아주 오래간만에 진행된 경실련 신입회원의 밤! 지난 10월 1일 무사히 마쳤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신다고 해서 경실련 강당이 좁으면 어떻하나 걱정을 하며  패기 넘치게 준비하다 회원분들의 연이은 불참소식에 저는 의기소침해져있었습니다. 그래도 먼길 찾아와 주신 회원님들을 보니 힘이 나더군요. 생전 처음 사회를 보게 됐다면서 굉장히 긴장하셨지만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차분히 진행하신 채준하 부장님.  진정으로 신입회원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인사해주신  임현진, 최정표 공동대표님. 우와 TV에서 자주보던 분이다!  바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장진영 위원장님의 '계약 - 약속을 맺다'  버스를 타는 것도 지하철을 타는 것도 다 계약이래요.  구두로 아무 약속이나 함부로 하지마세요~ 다 계약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까지 살 빼겠다. 이런 약속들 함부로 하지 않으려구요 ㅎㅎㅎㅎ 전날까지만 해도 가사도 못외우고 있던 간사들이  당일에는 잘 해내더군요. 역시 우리는 무대체질. 다음에는 더욱 열심히 연습해서 아이돌가수 못지 않게 해볼게요  저는 강의나 공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회원님들께 직접 듣는 소개가 정말 좋았습니다. 우리 회원분들은 이런 분들이구나 하면서 말이에요. 경실련 회관이 대학로 구석에 꽁꽁 숨어 있어서 헤매실까봐  혜화역으로 간사를 보냈던 저의 노력을 알아주시고  그 안내를 통해서 경실련의 따뜻함을 느꼈다고 말씀해주신 김천종 회원님. 제가 영어를 못해서 정작 직접 전화 한번 못 드린 피터 스텍 회원님. 신입회원의 밤을 다녀가시고 증액해주신 김영복 회원님. 등등 다들 참석 결심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이 마음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할께요!  신입회원의 밤의 야심작! 포토월 경실련은 --------------- 다!  입사한지 갓 3개월 지난 신입간사가 준비한 좌충우돌 신입회...

발행일 2013.10.09.

칼럼
[함께 걷다] 네 계획대로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네 계획대로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단기봉사팀으로 문전성시인 몽골의 여름과 봉사 프로그램에 대한 고찰     ▲ 몽골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토샵' 수업    몽골에 머물면서 자주 거닌 길이 있다. 울란바타르 도심 서쪽외곽에 위치한 ‘차이’라는 빈민촌에 자리한 ‘한-몽 문화교육센터’로 향하는 오르막이다. 몽골의 여느 길처럼 이 역시 잘 닦여진 길이 아니라 차를 타고 오르내릴 땐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혹여 차가 상하지 않을까 기사의 눈치를 살펴야한다. 처음 이 길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시월이지만 이미 영하 10도를 상회하는 추위 속에서 두근반 세근반 기대와 설렘에 부풀어 센터부지에 들어섰다. 하지만 러시아 군대가 쓰던 황폐한 건물 마당에는 생활쓰레기와 짐승이 남긴 오물만 잔뜩 쌓여있었다. 악취에 미간을 저절로 찌푸렸지만, 지나가는 어린 아이에게만큼은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이는 무뚝뚝한 눈길로 잠시 응시하더니 발걸음을 재촉하며 사라졌다. 지역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외국들의 잦은 방문이 성가신 듯 ‘어디 한번 해보시지’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홉 달이 겨울인 몽골에서 각각 한 달씩밖에 되지 않는 봄, 여름, 가을에는 ‘귀중한’ 계절을 만끽하려고 걸어서 센터로 출퇴근하곤 했다. 따스한 햇살이 드넓은 초원을 감싸고 포근한 바람이 살갗을 간질이던 어느 날이었다. 센터로 향할 때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오르막. 어느덧 익숙해진 가게집 아주머니가 햇살만큼 푸근한 말투로 인사를 건넨다. 뒤에서는 예쁜 리본으로 한껏 머리를 장식한 아이들이 “박샤~(선생니임~)”하며 헐레벌떡 뛰어온다. 그날 학교에서 만든 종이꽃을 떠들썩하게 자랑하더니 인심 쓰듯 내밀며 선생님 주는 거라고 뿌듯한 미소를 머금는다. 추운 날씨만큼 얼어붙어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계절이 지나 나에게도 열리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봉사 과부하에 빠진 몽골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이하 대사협)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대학 자체개발...

발행일 2013.10.03.

칼럼
[문화산책] '스탠리의 도시락'에 어떤 젓가락을 올려놓겠습니까?

‘스탠리의 도시락’에 어떤 젓가락을 올려놓겠습니까?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에 담긴 상처와 희망의 만찬 정의정 국제팀 간사 ejeong@ccej.or.kr      나는 ‘반 급식 세대’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야 급식이 생겼었고, 고등학생 때는 대기업에서 하는 학교 급식이 있었지만 맛이 없어서 도시락을 두 개나 싸가지고 다녔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엄마의 도시락 편지이다. 유별나다면 유별날까, 매일 매일 한마디씩 도시락에 넣어주는 엄마의 도시락 편지를 열어보며 어쩔 땐 울컥하는 마음도 생겼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재빨리 편지를 감추고는 했다. 난 늘 반찬을 빼앗기는 쪽이었다. 젓가락만 들고 어슬렁어슬렁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반찬을 집어 먹는 녀석들이 어찌나 얄미웠던지…. 하지만 역시나 말 한마디 못하는 소심쟁이었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다 보면, 자기 밥은 다 먹어놓고, 반찬만 계속 집어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지난 학창시절의 점심시간을 보는듯하다. 도시락에 담긴 엄마의 사랑과 그것을 나누어 먹는 혹은 빼앗아 먹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영화 첫 장면부터 스탠리의 얼굴엔 멍이 들어 있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말썽쟁이 스탠리가 자신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선생님을 친구들과 함께 쫓아내고 자신의 꿈과 사랑을 알아가는 귀여운 성장영화이다. 대부분의 성장영화가 그렇듯 해피엔딩이지만 스탠리의 성장 안에는 결론적으로 미소 지을 수만은 없는 씁쓸함이 있다. 시선을 끌어들이는 스탠리의 표정, 절로 입가를 둥글게 만드는 친구들의 다양한 캐릭터. 이러한 스탠리와 친구들의 유쾌한 움직임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는 선생님들, 조카를 학대하는 삼촌, 이에 무심한 어른들이 눈에 보인다. 스탠리는 잘 씻지도 않고 책도 찢어져 있고 엉뚱하지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창의력이 넘치는 아이다. 많은 선생님들은 이런 스탠리를 말썽꾸러기라 여기지만, 상냥한 로지 선생님만은 스탠리의 글짓기...

발행일 2013.10.03.

칼럼
[건강이야기] 공포의 병 뇌중풍, 이렇게 예방하자

공포의 병 뇌중풍,  이렇게 예방하자   김철환 상임집행위원 인제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무엇일까? 정답은 생각과 달리 암도 아니고, 심장병도 아니다. 바로 뇌중풍과 치매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남을 불편하게 하는 병을 사실 가장 두려워한다. 암은 반 이상 완치되지만, 뇌중풍도 그렇고 치매도 바로 사망하지도 않으면서 자존심은 상하고 남을 불편하게 한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폐만 끼치고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두려워하는 것이다. 뇌중풍은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뇌동맥이 혈전으로 인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 또는 허혈성 뇌중풍이다. 지금은 뇌경색이 많이 증가하여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는 뇌혈관의 파열로 발생하는 뇌출혈이다. 고혈압을 잘 치료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일부는 선천적 뇌동맥류(꽈리)가 파열하여 발생한다. 복상사는 대부분 이런 뇌출혈이 원인이다. 30년 전에는 뇌중풍의 약 절반이 뇌출혈로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고혈압을 조절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체 뇌졸중의 약 20%로 줄어들었다.     중풍 발생후 3시간내 대형병원 가야 뇌중풍도 심근경색증처럼 발생하면 바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질병이다. 생명을 건지더라도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뇌중풍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쩔 수 없이 발생했을 때는 최대한 빨리, 늦어도 3시간 이내의 초기 치료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선진 국가일수록 사고와 심혈관질환과 뇌중풍을 ‘초스피드’로 조치하는 응급구조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멀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현재 뇌중풍은 병원에 빨리만 오면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바로 막힌 혈관을 응급으로 뚫는 것이다. 중풍이 생긴 지 3시간 이내라면 t-PA라는 물질을 정맥내로 투여하여 막힌 뇌혈관을 뚫...

발행일 2013.10.03.

칼럼
[사회경제이야기] 사회적기업은 다른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다른 기업이다    이인경 (사)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무국장   ▲ 장애인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화아람일터에서는 친환경 세제류를 판매한다.   “사회복지사로 20년을 복지시설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했어요. 제가 돌보던 장애인 친구가 사회적기업의 근로자로 일하면서 어느날 한 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나서 이렇게 물어요. 원장님, 월급은 어떻게 나와요? 그 말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갖는 건강한 노동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기에 무척 기쁘고 감동이었습니다. 만약 사회적기업을 하지 않았다면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관한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살았으리라는 깨달음이 있었죠.” 소화아람일터 대표의 말이다.  사회적기업 ‘영화제작소 눈’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 해 수백명의 영화 일꾼이 대학을 졸업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창작자로서 일과 생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사회적기업의 시작은 창작자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정부의 사회적일자리 지원을 받는 동안 자립을 대비한 준비기간으로 정하고 사업전략,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우리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창작에 전념하면서 생계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일거리를 매개로 창작자와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창작자들에게는 정규직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계 때문에 창작을 포기하게 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큰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기업 ‘우리가만드는미래’는 다음과 같은 가치를 우선한다.“아이들에게 무심하게 지나쳤던 돌멩이 하나에도 역사와 문화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선생님 한분이 8명을 인솔하고 가르칩니다. 한 팀의 정원을 그렇게 한 것은 배움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려는 것 입니다. 정원을 넘으면 매출은 늘겠지만, 교육은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려고 하는 원칙이죠.”   짐작했겠지만,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과 동기가 다른 기...

발행일 2013.10.03.

칼럼
[도시人] 육교(陸橋)와 보행자의 권리

  육교(陸橋)와 보행자의 권리   류중석 (사)경실련도시개혁센터 이사장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       ▲ 예술의 전당 부근에 있는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한 아쿠아 아트 육교    “번잡한 도로나 철로 위를 사람들이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공중으로 건너질러 놓은 다리” 육교(陸橋)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이렇게 되어 있다. 지반고의 차이 등으로 불가피하게 놓은 육교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육교는 멀쩡한 평지에 사 람보다는 자동차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놓인 것이 대부분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도시개발 시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되었던 육교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보행자의 권리 와 도시미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서울 구반포 지역에 있는 철제빔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일반 육교의 모습. 대부분 불법 현수막이 여러개 걸려 있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  그렇지 않아도 좁은 보도의 대부분을 육교의 계단이 차지하고 있어서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보도가 좁아서 보행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다.     차량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육교가 이렇게 많이 건설된 것은 무단횡단으로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보행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다. 개발시대에는 육교를 많이 건설하는 것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었고 아무도 육교건설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았다.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육교를 많이 만들 어서 차량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보행약자들이 그 높은 육교 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길 한 번 건너기 위해서 그 높은 계단을 올라가기보다는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냥 지상에 서 무단횡단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건설한 육교 부근에서 무단횡단...

발행일 201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