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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때추니]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

발행일 2022.09.30.

스토리
[혜화에서 산 책]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6)혜화에서 산 책]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 <페스트>, 그리고 <달까지 가자> -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2019년 12월, ‘코로나19’라는 낯선 이름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시기에나 유행했 던 전염병들처럼 잠시 스쳐 지나갈 줄 알았던 이 바이러스는 조금씩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마스크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색해졌고, 사회적거리두기라는 말에 익숙해졌으며, 주변에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게 답답한 시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수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는 끝이라는 희망을 꿈꾸면 다시 또 절망을 안겨주는 코로나19의 시대, 희망을 꿈꾸는 우리를 위해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페스트>,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많이 소개된 책은 아마도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일 것입니다. 페스트는 우리가 흔히 흑사병이라고 부르는 질병입니다. 중세시대 페스트의 대유행으로 유럽인구의 1/3정도가 사 망하는 대재앙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소설 <페스트>는 중세시대는 아니고, 1940년대 알제리 해안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오랑에 있는 의사 리유1)의 시선을 따라 갑니다. 리유는 오랑에 피를 토하면서 죽는 쥐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죽은 쥐의 규모는 점점 커져 시에서 나서서 처리해야 하는 수준에 이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 니다. 리유는 이것이 페스트라는 것을 알아채고 시에 이 사실을 알리게 됩니다. 그리고 시는 도시 전체를 폐쇄하기로 결정하는데요. 이후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놀랍게도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증상을 보인 사람은 격리시설에 수용되고, 같이...

발행일 2022.09.30.

스토리
[혜화산책] 창경궁 대온실에서 미리 만나는 가을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5)혜화산책] 창경궁 대온실에서 미리 만나는 가을 박은소리 경제정책국 간사 오늘은 <혜화산책> 가을 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보통 혜화에는 연극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러 많이들 찾아 오시는데요. 관람을 마치고 맛집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 성균관대입구 사거리로 들어서면, 언제 복작거렸냐는 듯이 완전히 색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답니다. 거리에는 벌써 창경궁에 온 것처럼 한복 대여나 티켓 할인 등을 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여느 고궁처럼 창경궁 돌담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워진다 싶을 정도로 걷다 보면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이 나옵니다. 창경궁의 입장료는 기본 1,000원입니다. 조건에 맞거나 한복을 입고 가면 무료관람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에도, 한복을 입고 스냅사진을 찍는 가족의 모습을 왕왕 볼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 비해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제법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야간 개장 시간을 노려 멋진 가을 밤 풍경을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대온실>이기 때문에 출입구에서 곧장 오른쪽으로 꺾어 걸어갑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즐비해 있는 작은 숲을 지나니 <춘당지>가 보입니다. 아직 녹음이 건재하지만, 색색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춘당지랍니다. 가만히 물결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검은잉어와 원앙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본래 이 앞쪽 연못은 <내농포>였습니다. 내농포는 과거 왕이 백성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손수 농사를 지었던 논입니다. 이를 일제가 파헤쳐 연못을 만들어 지금의 춘당지가 되었습니다. 뒷쪽의 작은 연못이 과거 본래의 춘당지 모습이니, 춘당지 앞에서 옛 발자취를 한 번 찾아 보세요. 대망의 <대온실>입니다. 저는 여러 번 찾아갈 정도로 대온실을 좋아하는데요. 대온실은 밤...

발행일 2022.09.30.

스토리
[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20대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4)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20대 - 새로운 운동방식의 고민 - 박지훈 수습간사 청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황금기다. 하지만 나의 20대는 끊임없이 몰려오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꿈에 그리던 캠퍼스 생활을 기대하고 단국대학교 역사학과에 입학했지만, 학과가 없어졌다. 공직의 첫발을 내디뎠던 LH사업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시의회는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인해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필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20대의 나’를 돌아본다. 사전적 의미의 지속가능성은 자연이 다양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기능하는지 연구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은 근본적인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그 분야가 영구적으로 진행되어 사회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라 생각한다. <지속가능성과 내 인생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바야흐로 10년 전 부푼 꿈을 안고 대학교 새내기로 입학했던 그때부터 내 인생은 ‘지속가능성’에 목마를 수밖에 없었다. 캠퍼스의 환상이 가시기도 전에, “이게 웬일인가 입학하자마자 학과가 없어졌다.” 졸지에 마지막 학번이 됐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학교생활에 집중하기보단 밖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막상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전공이 잘 맞지 않았고, 외부활동을 통해 부족한 학점을 만회하려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신문을 읽으면서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 전공 서적보단 신문이 재밌었다. 매일매일 신문을 읽는데 시간을 보냈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바라봤다. 이런 취미를 살려 국회 대학생 명예 보좌관에 합격했다. 국회 보좌진 생활을 하면서 국회에 대해서 배워나갈 수 있었고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경험했다. 다시 캠퍼스로 돌아와 근본적인 관점에서 사...

발행일 2022.09.30.

스토리
[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탕수육 찍먹 논쟁과 시민사회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3)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탕수육 찍먹 논쟁과 시민사회 - 극단의 위험성 - 임정택 수습간사 탕수육 찍먹? 탕수육 ‘부먹’과 ‘찍먹’.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르시는 분들 위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튀김에 양념 버무리면 부먹, 소스에 고기 찍어 먹으면 찍먹이죠. 고작 이게 주목하는 이슈? 재벌 개혁, 부동산 문제, 정치 혁신, 노동 인권, 시민 안전, 소비자 보호, 기후 환경, 국제 정세와 인류 평화 등. ‘수많은 사회 이슈 놔두고, 고작 탕수육 찍먹이라니...’ 원고 구상하며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 하나, 사회 이슈에 맞고 틀림이 없고 둘, 탕수육 찍먹 이면에 숨은 무언가를 보았기에 셋, 그 무언가가 시민사회와도 닮아 있어서 집필 결정했습니다. 부먹이든 찍먹이든, 탕수육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자 수습간사로서, 부족한 글 올려 봅니다. 부먹vs찍먹, 논쟁의 서막 부어 먹든 찍어 먹든, 음식 기호에는 정답이 없죠. 이에 따른 논쟁도, 대중의 관심도 크지 않았습니다. 한데, 음식 배달 대중화와 맞물려 탕수육은 일대 변화를 겪습니다. 양념을 붓거나, 함께 볶아먹던 탕수육 본래 형태에서 벗어나, 따로 담은 소스에 튀김을 찍어 먹는 방식이 유행했고, 이 흐름 속에 탕수육을 접한 이 중 일부는 ‘바삭함’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찍먹 우월론’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먹론자들은 탕수육 ‘원류의 의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소스 그릇 하나에 여럿이 고깃조각 찍는 데에서 오는 위생 문제를 지적하며 맞섰습니다. 충격 부먹vs찍먹 논쟁. 사실 흔한 인터넷 놀잇감 중 하나일 뿐이었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구요. 하지만 저에게 큰 충 격을 준 일이 일어납니다.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 희극인 장도연 씨가 탕수육 양념을 튀김에 붓는 순간, 상대역 양세찬 씨에게 머리를 세차게 가격당하는 장면에서 한번, 그 모습에 손뼉 치며 웃는 관객, ‘속 시원하다’는 인터넷 반응에 두번 놀랐습니다. 다른 입장...

발행일 2022.09.30.

칼럼
[전문가칼럼] 대통령과 욕, 비어, 속어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2)] 대통령과 욕, 비어, 속어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지난 9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회의 참석 후 회의장을 나오며 한 언행이 중계되었는데, 그 내용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알려졌다. 이를 언론은 욕설 혹은 비속어 파동이라는 말로 전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의 언행이라 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 국격의 실추, 국제적 망신 등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이번 파동에 대해 대통령실 및 여당 측과 야당 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 특이한 점은,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회가 미국의 의회를 말하는지 한국의 국회를 말하는 것인지의 문제와 ‘바이든’이라는 말을 했는지 혹은 다른 단어였는지 진위를 가리는 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야당은 대통령이 욕설 혹은 비속어를 썼다는 사실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욕설과 비속어에 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욕설’ 혹은 ‘욕’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사전에 나오는 대로,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누가 누구에게 욕을 하다’처럼 반드시 ‘~에게’라는 대상이 있다. 그저 혼자 하는 말이 아니라 반드시 누군가에게 향하는 행위이다. 바로 이때문에 욕을 하면 상대방이 모욕감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에게 ‘꼴통’이라고 하거나, 내가 한 말에 대해 ‘개소리’라고 하면 나는 즉각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강도(强度)가 비교적 약한 욕에 해당한다. ‘쪼다’, ‘꼴깝을 떨다’, ‘아가리’와 같은 단어나 표현들은 조금 더 강도가 세고, ‘새X’ ‘개새X’, ‘X할 놈’ 등 더욱 더 심한 욕이 된다.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모두 인격을 모독하는 말, 즉 ‘모욕어’이다. ‘욕’의 둘째 의미는, (꼭 상대방의...

발행일 2022.09.29.

스토리
[현장스케치] 2022 경실련아카데미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1)] 2022 경실련아카데미 - The 공감하고, 함께하기Ⅱ - 최윤석 기획연대국 간사   ‘2022 경실련아카데미’가 남해바다를 타고 실려 온 가을의 향기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낭만의 도시 부산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경실련아카데미’는 전국 각지의 경실련 가족들이 모여 경실련의 창립정신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경실련 운동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배움을 갖는 교육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은 당대의 화두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시민운동을 하며 느낀 고민을 함께 나누며 내일을 위한 지혜를 얻어가곤 합니다. 올해 아카데미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던 프로그램이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격조했던 경실련 가족들이 해후하여 정담을 나누며 피운 웃음꽃이 부산 앞바다를 가득 채웠다는 후문입니다. 초가을 햇살처럼 설렘 가득했던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함께 나눕니다.

발행일 2022.09.29.

칼럼
[시사포커스]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강국의 시민들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 [시사포커스(4)]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강국의 시민들 -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다시 본 의료공백의 현실 - 가민석 사회정책국 간사 우리는 최근 다양한 의료공백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공의료 인력과 병상이 없어 위중증 환자들이 대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환자도 발생했다. 환자가 몰리는 수도권에서 전문의료인력이 부족해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환자 목숨을 담보로 불법의료를 행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의사가 할 고도의 수술까지 도맡아 진행하면서 업무 과중과 더불어 책임소재까지 개인이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 한복판, 국내 최고 병원에서 응급조치할 의사가 없어 의료진 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서울아산병원은 22년 기준 전 세계 30위, 국내 1위로 평가받는 의료체계의 최상위 단위다. 국내 최고 의료진과 최대 병상을 자랑하는 상급종합병원이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는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종별 가산과 적정성 평가 상위 20% 병원에 수가를 가산하는 특전을 부여받는다. 이런 영예로운 훈장을 지닌 병원에서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진 소속 간호사의 골든아워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당시 필요한 조치로서 개두술이 가능한 신경외과의 2명이 각각 학회 참석과 휴가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고난이도인 뇌혈관질환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전국적으로 봐도 146명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수도권에 치우쳐있다. 수도권이라고 많지도 않은데, 우리나라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병원에도 뇌혈관 외과의사는 각 2~3명 수준이다. 그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 2명이 있던 것으로 그 적은 인원이 당직을 번갈아가며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서비스의 집약지로 볼 수 있는 서울에서, 심지어 소속 의료진이 응급조치 시스템의 마비로 사망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필수의료...

발행일 2022.09.28.